사설·칼럼 사설

[사설] 6500조 넘은 국가부채, 추경은 꼭 필요한 만큼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3 18:13

수정 2026.03.23 19:32

1년 새 10% 급증, GDP의 48.6%
가파른 증가율에 해외기관들 우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획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획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3·4분기 말 국가총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6500조원을 넘어섰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80조원(4.5%)이나 불어난 수치다. 경제는 저성장 터널에 갇혔는데 정부·가계·기업 전체가 빚 폭탄에 짓눌린 상황이 계속 방치돼선 안 될 것이다. 대내외 위기에 정부 재정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교한 핀셋지원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어려울수록 비상한 각오로 지출 구조조정과 합리적 소비를 실천해야 한다.



정부 부채 증가율이 유독 높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가계, 기업 부채가 1년 새 각각 3.0%, 3.6% 늘었는데 정부 부채는 10% 가까이 급증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경기진작 차원에서 집행된 과감한 확장재정 결과로 볼 수 있다. 두 차례 뿌려진 소비쿠폰이 골목상권의 냉기를 녹이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긴 했으나 이로 인한 정부 부채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부채 증가 속도는 더 문제였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지난해 4·4분기 말 48.6%로 불어났다. 1년 새 무려 5.0%p나 상승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긴 하나 가파른 증가율은 해외 기관들이 거듭 경고하는 대목이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24년 이후 점차 낮아져 지난해 1·4분기 말 43.6%까지 내려갔지만 그 후 반등해 50% 직전까지 올라간 것이다. 지금 속도라면 50% 돌파도 순식간이 될 수 있다.

국가 부채가 급증하면 국가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주고 물가와 금리 등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된다. 특히나 물가는 향후 우리뿐 아니라 세계 경제 화약고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동 사태가 길어지면 고유가 시대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생필품 가격도 덩달아 치솟아 서민 생계는 장기간 짓눌리게 된다. 들썩이는 물가에 금융당국은 금리인하는커녕 금리인상 카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불안한 물가를 정부 재정이 더 자극하지 않도록 정교한 노력이 절실하다. 예고된 추가경정예산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노린 현금 살포, 선심재정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비상한 시기에 실물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경을 추진했다. 취지에 맞게 경제 피해를 줄이는 항목에만 예산이 맞춤 지원돼야 한다.

추경 재원은 국채 발행 대신 초과세수로 충당하겠다고 하지만 초과세수도 허투루 활용돼선 곤란하다. 반드시 필요한 곳에 세금을 쓰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고삐 풀린 빚도 줄여나갈 수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져야 한다.

가계·기업 부채도 마찬가지다. 가계 부채는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하지만 GDP 대비 비율 면에서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이다. IIF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4%로 캐나다(100.4%)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기업 부채비율도 110.8%나 된다. 가계와 기업이 빚을 감당하지 못하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진다. 경기침체와는 또 다른 차원의 위기가 될 수 있다.
대출 연체 경고음도 곳곳에서 울린다. 가계 빚은 내수의 발목을 잡는다.
빚 폭증에 대한 경각심을 경제주체 모두가 새겨야 저성장 늪에 더 깊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