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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31년차 대신플랜트와 상생
발전기용 절연자재 국산화 지원
두에빌 신규 수주 2배 이상 급증
채용 등 협력사 전반 파급력 확대
【파이낸셜뉴스 창원·김해=강구귀 기자】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터빈공장. 축구장 10배 크기의 단일 지붕 아래에서 380MW급 가스터빈이 조립 공정을 거치고 있었다. 조립동 벽면에는 '두산 가스터빈, 더 큰 미래로'라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친필이 적혀 있다. 짧은 한 줄이지만 가스터빈을 그룹 미래 핵심 동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총수의 의지가 응축돼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터빈 한 기에는 4만여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그 안에 창원·부산·경남 일대 수십 곳 중소 협력업체의 기술이 촘촘히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발전기용 절연자재 국산화 지원
두에빌 신규 수주 2배 이상 급증
채용 등 협력사 전반 파급력 확대
■두산에너빌리티, 협력사 국산화 앞장
지난 17일 국내 유일의 대형 진공챔버(오토클레이브) 앞에서 만난 이종욱 대산플랜트(경남 김해시 한림면 안하농공단지 소재) 대표는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이 설비 하나를 만드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 시행착오가 곧 기술이 됐다"고 밝혔다.
대산플랜트는 1994년부터 두산에너빌리티와 손잡고 가스터빈 발전기용 절연자재 국산화를 이뤄낸 기업이다. 올해로 협력 31년 차다. 미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발전기 절연 복합소재를 국산화해 해외 선진 제품 대비 20~30% 낮은 가격에, 100% 이상의 물성을 확보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시작은 험난했다. 1994년 당시 발전기용 절연자재는 미국과 일본이 독점하고 있었다. 국내에는 시험 기관 자체가 없어 시편을 미국으로 보내 테스트하고, 해외 발전회사 승인을 받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 대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지원으로 생산설비를 개조하고, 무수한 시생산 끝에 물성을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어냈다"며 "내전압·내열성·저수축률 등 기존 품질 수준을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현재 전체 제품의 80%에 해당하는 50종 이상을 국산화 완료한 상태다. 수입 소재는 3~6개월이 걸리지만, 긴급 교체를 1개월 내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은 31년 신뢰의 핵심 동력이다. 이 보이지 않는 힘이 지금 K-가스터빈의 글로벌 질주를 뒷받침하고 있다.
■협력사, 글로벌 정밀제조사로 성장
두산에너빌리티의 2025년 신규 수주는 14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에 힘입어 미국에만 12기를 공급하게 됐고, 2030년까지 누적 45기, 2038년까지 105기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이 성장의 파급력은 경남 등 지역 협력사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산플랜트의 현재 연매출은 약 130억원이지만, 2027년 이후 가스터빈 물량이 본격화되면 2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추가 생산라인 도입과 3~5명 신규 채용도 검토 중이다.
지난 18일 만난 오태섭 두산에너빌리티 터빈2공장장은 "대규모 수주의 배경에는 협력사들의 역량이 함께 뒷받침됐다"고 강조했다. 가스터빈은 1600도 초고온에서 회전하는 블레이드, 천분의 5mm 정밀 조립이 요구되는 '기계공학의 꽃'이다. 이를 소화할 대형 협력사가 국내에 없었기에 두산은 '함께 키우는 방식'을 택했다.
국책과제와 자체 R&D에 협력사를 참여시켜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개발 단계부터 품질 기준과 기술 요구사항을 공유했다. 오 공장장은 "볼트·너트 하나를 제조하던 협력사들이 지금은 글로벌 수준의 정밀제조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부품을 이들 중소기업으로부터 조달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상생은 구호가 아닌 시스템이다. 2023년 동반성장펀드를 240억원에서 89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오 공장장은 "협력사가 두산의 팔로워가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gg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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