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형사사건 변호사도 '성공보수' 인정받나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3 18:32

수정 2026.03.23 18:31

1심선 기존 판례대로 "못 받아"
2심 "무조건 금지 안된다" 판단
11년 만에 판례 뒤집힐 지 촉각
형사사건을 담당한 변호사가 무죄 판결을 이끌었을 경우 성공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0여년 전의 대법원 판례가 뒤집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당시 재판부 최성수·임은하·김용두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3일 A 법무법인이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B씨는 지난 2019년 11월 1심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항소심에서 A 법무법인을 선임해 무죄가 확정될 경우, 성공 추가보수 3300만원을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B씨는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로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B씨가 해당 금액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A 법무법인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B씨 측은 해당 약정이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 약정'으로써, 수사와 재판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켰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B씨 측 주장은 지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대법 전합은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103조에 따라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해당 판례에 따라 B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는 달랐다. 재판부는 성공보수 약정만으로 사법 정의가 훼손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단순히 '형식적 결과'가 아니라 위법·부당한 수단을 동원했는지, 형사 사법질서를 실질적으로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재판부는 "성공보수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 정의 실현인지 의문"이라며, 문제는 '의뢰인의 곤궁을 이용한 과다 보수'이지 약정 그 자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A 법무법인의 충실한 변론과 노력 덕분"이라며 "B씨의 행위는 기존 법리를 방패로 삼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서,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현재 해당 판결은 B씨의 상고로, 대법원에서 심리 중에 있다.
만약 대법원이 이같은 판결을 확정할 경우, 11년 만에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 판례가 바뀌게 된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