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공급망 전략 전환 본격화
미·중 갈등에 중동 충격까지
'경제안보'로 전략 축 이동
기업들도 수급처 다변화 시급
'동맹형 공급망' 현실적 대안
미·중 갈등에 중동 충격까지
'경제안보'로 전략 축 이동
기업들도 수급처 다변화 시급
'동맹형 공급망' 현실적 대안
■공급망 패러다임 변화 시작
23일 공급망 업계는 이번 중동발 충격이 단발성 변수가 아닌 글로벌 공급망 구조 변화 흐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를 '비용 중심에서 안보 중심으로의 전환'으로 단정하기보다는, 공급망 안정성의 중요도가 구조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김태황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공급망은 안정적 조달을 위한 리스크 관리의 문제"라며 "최근 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비용 상승 요인이 구조적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위기는 수년 전부터 불거진 리스크지만 기업들의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트럼프 2기,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우리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중 무역제재 관련 공급망 위기 대응 계획'을 조사한 결과 '수립 완료'는 2.4%에 그쳤다. 45.8%는 '검토 중'으로 답한 가운데, 44.1%는 '미수립', 7.7%는 '대책 없음'으로 절반 이상은 무방비 상태였다. 기업들의 대응도 수급처 다변화(64.7%)에 집중돼 있으며, 공급망 모니터링 강화(42.6%), 거래처 전환 및 대체 수급처 발굴(24.1%), 자체 생산 역량 강화(21.6%) 등이 뒤를 이었다.
■"비용 vs 안정성 아니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전략을 '비용이냐 안정성이냐'의 이분법으로 접근해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정 수준의 비용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김 교수는 "비용이 10% 증가하더라도 안정성을 20~30% 높일 수 있다면 충분히 선택 가능한 전략"이라며 "공급망을 하나의 투자 포트폴리오처럼 구성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더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정한 공급망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초래하는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생산 중단, 긴급 조달 비용, 물류 차질 등이 동시에 발생해 비용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안정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 비용과 위기 발생 시 감당해야 할 사후 비용을 비교하는 관점에서 공급망 전략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처럼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단순한 조달처 다변화를 넘어선 대응이 요구된다. 물론 중국 등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 수입처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해법이다. 그러나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달 전략을 넘어선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자원화, 장기 계약, 전략 비축 등을 통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내재화 전략'이 병행돼야 하며, 우방국과의 공동 투자·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동맹형 공급망' 역시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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