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남아에서 일어나는 반한 감정, 동남아와 한국 네티즌 사이 온라인 설전을 보면서 후쿠다 독트린이 떠올랐다. 최근 반한 감정을 촉발한 것은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K팝 콘서트였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 작은 에피소드가 온라인으로 옮겨붙으면서 일이 커졌다. 동남아에서는 한국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왔고, 반한 동남아연대라는 말도 나왔다. 여기에 일부 한국인이 동남아를 비하하고 혐오하는 대응을 하면서 일은 더 커졌다. 시간이 지나면 이 특정 사건은 잠잠해지겠지만 기억은 누적된다. 미래에 다른 불씨가 던져지면 더 크게 불이 살아날 수 있다. 당연히 양자 간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사실 극히 일부 한국인에 의한 것이지만 인터넷상에 동남아에 대한 비하, 조롱, 혐오는 이미 만연해 있다. 경제적으로 성장했고 강력한 문화의 힘도 갖춘 한국을 동남아에서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는, 속된 말로 국뽕에 찬 자기만족적 이야기를 퍼뜨리기 위해 동남아를 비하하고, 상대방이 듣기에 불쾌한 묘사도 서슴지 않는다. 요즘 자주 거론되는 방산 수출과 관련해서도 알 수 없는 근거를 바탕으로 특정 국가의 지도자를 조롱하고 동남아를 비하하는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지극히 과장되고 근거 없는 주장이지만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매우 자극적인 주장, 동남아를 비하하는 발언 그리고 일부는 혐오의 표현까지 총동원한다. 이런 동영상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쉽게 번역되고, 동남아에 실시간으로 확산된다. 물론 동남아인들도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반박도 하며 한국에 대한 비하, 혐오의 표현을 쏟아낸다.
이성보다 순간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이런 온라인상의 행동은 쉽게 가상공간에서 나와 현실로 들어온다. 현실로 들어온 이런 행태는 어렵게 만든 국가 간 신뢰와 협력도 위협할 수 있다. 온라인에 대한 검열을 해서는 안 되지만 이런 근거 없는 상호 비방과 비하, 혐오가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다수의 선량한 목소리와 한국의 공식 입장을 충분히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사태가 너무 커져 한국판 후쿠다 독트린을 마련하느니 하면서 난리를 떨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우리와 동남아 사이 상호보완적 경제 협력관계, 인적·문화적 상호교류와 협력관계는 서로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혼란한 국제관계 속에 상호보완적인 친구는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이런 중요한 협력관계가 온라인상의 충동과 감정에 의해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판 후쿠다 독트린을 발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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