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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칼럼] 중국의 습격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3 18:52

수정 2026.03.23 22:00

중국 작년 신차 판매 세계 1위 올라
중국의 급부상 상징적으로 보여줘
조선·전자·철강 등서도 시장 지배
소형 가전 생산 韓기업 파산 몰려
中정부의 전폭적 투자 결실 맺어
'의대 쏠림' 우리 현실 돌아봐야
손성진 논설실장
손성진 논설실장
중국이 지난해 신차 판매량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외국 자동차기업들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불과 10여년 만에 세계를 호령하게 된 상징적 사건이다. 2000년 이후 줄곧 1위를 지키던 일본을 밀어냈다. 중국 BYD와 지리그룹의 신차 판매량은 도요타에는 뒤지지만 혼다와 닛산을 넘어섰다.

조선은 이미 한국을 물리치고 세계 1위를 굳힌 지 오래다.

조선업의 3대 지표로 볼 때 중국은 16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선박 건조량, 신규 수주량, 수주 잔량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각각 56.1%, 69%, 66.8%로 계속 급성장 중이다.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습격은 매우 빠르게 다가왔다. 제조업의 핵심 산업인 두 부문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업체 TCL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를 끌어내리고 월간 기준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은 이상하지 않다.

거대 장치산업이나 대형 가전보다 소형 전자산업에서 중국의 물결은 더 먼저 밀려왔다. 오디오 애호가들은 중국에서 불어오는 급속한 변화의 바람을 일찌감치 낌새채고 있었다. 중국산 고성능 하이파이를 뜻하는 '차이파이'가 등장한 때가 2014년 무렵이다. 헤드폰 명품을 베낀 중국산 제품의 성능이 소비자의 인정을 받으면서다.

세계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중국은 훔쳐서라도 기술을 배워 따라 하기가 쉽다. 합법적 모방과 불법적 베낌으로 수모를 당하면서도 어쨌든 발전해 갔다. 원품 대비 20%의 가격에 80%의 성능을 지닌 제품이라면 어떤 소비자라도 혹하지 않을 수 없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는 값싸고 품질도 나쁘지 않은 중국산으로 몰려갔다. 주부라면 누구나 아는 '차이슨'이 뒤를 이어 한국 가정을 휩쓸었다. 고품질의 '다이슨'보다 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은 매우 싼 차이슨에 주부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차이파이나 차이슨이 다는 아니다. 오디오나 청소기 외에도 중국산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제품들은 흉내를 내는 '짝퉁' '가품'에서 원제품을 그대로 복제하는 '복각' '레플리카'로 발전했다. 품질도 좋아져 금방 고장 나는 불량품 제조국이라고 중국을 깔볼 단계가 지났다. 그다음, 이미 접어든 무서운 단계가 새로운 제품의 개발과 창조다.

중국의 공습에 한국 중소기업들은 몰락하는 중이다. 면도기, 가습기, 청소기 등을 생산하는 유망 기업들이 도산했거나 파산 직전이다. 지난해 상반기 해외직구 건수가 9100만건을 넘었는데 중국산이 77%였다. '알리'나 '테무' 등 유통업체들의 배송과 서비스도 제품의 질만큼 발전한다. 그 앞에선 애국심 마케팅도 안 통한다. '국산품 애용'의 시대가 아니다.

이제 중국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세계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복제품을 뛰어넘은 자체개발 제품으로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로봇 등 첨단기술을 결합해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보락'이라는 로봇청소기는 써본 주부들이 입소문을 내줘 콧대 높던 한국 안방을 점령했다. 국내 로봇기업들은 사업 중단을 선언하거나 그래도 버티다 파산에 내몰렸다.

중국의 성장 속도는 한국을 능가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현재의 전성기를 구가하기까지 60년이 걸렸다. 신진자동차가 도요타와 제휴해 코로나자동차를 출시한 때가 1966년이다. 10년 후 현대차는 '포니'를 생산하여 처음 수출했고, 그 10년 후에는 미국 땅을 밟는다. 그것을 중국은 단 10여년 만에 이루고 있다.

중국의 공습은 시작 단계일 뿐이다. 소형 가전을 넘어 자동차, 반도체 등으로 대격변을 일으킬 것이다. 기간산업이던 철강이나 화학에서는 이미 현실화됐다. 상당한 부분이 중국에 잠식당했다. 지금부터라도 적극 대처하지 않다가는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 산업은 전 영토를 중국에 내줄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나 국민이나 긴장하며 대비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핵심 기술 74개 분야 중 66개에서 중국이 세계 1위라고 한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2025년 보고서다. 중국의 비약적 발전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 주도의 전폭적 투자의 결실이다. 중국에서는 특출한 과학인재들이 대거 포함된 이공계 전공자들이 매년 470만명씩 배출된다.
의대가 인재의 블랙홀이 되어버린 우리 현실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온갖 법을 다 만드는데 과학기술 우대법이라도 제정해서 공습에 대응해야 하지 않겠나.

tonio66@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