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 치고도 강등… '볼넷'에 밀린 황당한 산수법
"매일 뛰게 하려고"… 로버츠 감독의 옹색한 변명
스윙 교정은 핑계? 철저히 계산된 '답정너' 로스터
억울함 씻어낼 무기, 결국 '방망이'로 증명하라
"매일 뛰게 하려고"… 로버츠 감독의 옹색한 변명
스윙 교정은 핑계? 철저히 계산된 '답정너' 로스터
억울함 씻어낼 무기, 결국 '방망이'로 증명하라
[파이낸셜뉴스] 상식적으로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 나왔다.
야구는 결국 투수가 던지는 공을 방망이로 쳐서 베이스를 밟는 스포츠가 아니던가. 그런데 방망이로 공을 맞히지 못하는 선수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남고, 맹타를 휘두른 선수는 마이너리그로 짐을 쌌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기괴한’ 선택적 잣대에 국내 야구팬들의 고개가 갸웃거려지고 있다.
23일(한국시간) 다저스 구단이 발표한 로스터 정리는 충격 그 자체였다. 시범경기 내내 불방망이를 휘두른 김혜성이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로 내려가고, 그 자리를 알렉스 프릴랜드가 차지했다.
성적표를 나란히 놓고 보면 실소마저 터져 나온다. 김혜성은 9경기에서 타율 0.407(27타수 11안타) 1홈런 6타점, OPS 0.967이라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뽐냈다. 반면 프릴랜드는 18경기에서 타율 0.116(43타수 5안타) 1홈런 7타점, OPS 0.519에 그쳤다. 누가 봐도 김혜성의 압승이다.
하지만 다저스의 해석은 일반적인 야구의 상식을 벗어났다. 표면적인 타율보다 ‘볼넷/삼진 비율’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혜성이 27타수에서 삼진 8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이 1개뿐이었던 반면, 프릴랜드는 삼진 11개를 당했지만 볼넷 11개를 얻어냈다는 것이 강등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
물론 현대 야구에서 출루율과 '눈야구'의 가치는 높다. 하지만 1할대 빈타에 허덕이는 타자의 볼넷이, 4할을 치며 공격의 활로를 뚫어내는 타자의 안타보다 과연 팀 득점 생산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윙을 다듬으라는 구단의 주문은, 사실상 김혜성의 장점인 '공격적인 콘택트'마저 다저스식 데이터 야구의 틀 안에 억지로 욱여넣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인터뷰는 답답함을 더욱 가중시킨다. 그는 김혜성의 강등을 두고 "정말 가슴 아픈 일"이라며 "메이저리그에 남았다면 꾸준히 뛸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기에, 일주일에 6일씩 출전하게 하려는 장기적인 결정"이라고 항변했다.
듣기에는 그럴싸한 포장이다. 하지만 역으로 묻고 싶다. 1할 타자인 프릴랜드가 주전 2루수로 나서는 메이저리그라면, 4할 맹타를 휘두르는 김혜성이 벤치를 달굴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실력으로 증명해 낸 선수에게 "어차피 넌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이 아니니 마이너로 가서 경기 수나 채워라"라는 통보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모순적이다.
결국 다저스 내야의 촘촘한 뎁스, 미겔 로하스나 산티아고 에스피날 같은 기존 자원들의 존재, 그리고 구단의 굳건한 플래툰 시스템 등 복합적인 내부 사정이 얽힌 결과물로 보인다. 타율 4할은 그저 다저스의 짜인 판을 뒤집기엔 '볼넷 개수'라는 핑계 앞에 무력했을 뿐이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WBC 당시 김혜성의 스윙 타이밍을 지적한 바 있다. 국제대회에서의 아쉬움과 이번 스프링캠프에서의 '볼넷 부족'이 구단의 뇌리에 일종의 선입견으로 박혀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혜성은 2년 연속 마이너리그에서 눈물젖은 빵을 먹으며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철저한 비즈니스의 무대다.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
김혜성이 이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트리플A 폭격으로 다저스 수뇌부의 변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4할 타자의 스윙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오클라호마시티의 흙먼지 속에서 스스로 증명해 내야만 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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