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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에 전쟁 접나…트럼프, 이란과 '종전 딜' 카드 꺼냈다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4 17:27

수정 2026.03.24 17: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중동 전쟁이 오일 쇼크를 일으켜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종전 문제를 논의하는 첫 대면 협상을 모색 중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언론은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르면 이번주 △JD 밴스 미국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당국자들과 만나 종전 협상을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성사된다면 지난 2월 28일 개전 이후 미국과 이란 간 첫 대면 협상이 된다.

협상은 이란의 우호국인 파키스탄의 적극적 중재와 주선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정부 실세인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미국과 이란 간 직접 대화 모색 움직임은 양측이 상호 민간 발전소와 에너지 시설 타격을 위협하면서 전쟁 피해가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국제사회 우려가 극에 달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란에 '48시간' 시한을 제시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가 23일 돌연 "전쟁 해결을 위해 이란과 생산적 대화를 나눴다"면서 "앞서 예고한 이란 발전소 공격을 5일간 유예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위트코프 특사 등 미 대표단이 이란 최고위 인사와 협상을 진행했다"면서 "이번주 이란과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화 상대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국내 여론을 살핀 듯한 갈리바프 의장 본인이 나서 이런 보도를 부인했고, 이란 당국도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강경론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란도 최소한 미국과 간접적 소통이 이뤄진 사실은 인정했다. 이란 외무부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우방국들을 통해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협상 요청 메시지를 받았으며, 이란의 원칙적 입장에 따라 적절히 응답했다"고 밝혔다.

전쟁 주요 당사국인 이스라엘의 반응도 미국과 이란이 대화 모색 국면에 접어든 것이 사실임을 시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영상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미·이스라엘 연합군이 거둔 군사적 성과를 이스라엘 이익 보호를 위한 협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직접 대화가 자국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바란다는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전 초기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고 '정권 교체'까지 거론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단계서 종전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당시 목표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세 전환은 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제 충격이 정치적 손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더해, 그가 △이란 핵 개발 저지 △탄도미사일 등 외부 위협 군사력 제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이란 지도부 대거 제거 등 성과를 내세움으로써 '셀프 승리 선언'을 해 전쟁을 멈출 명분을 만들고,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체제를 사실상 승인하는 출구 전략 모색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이란과의 대화와 관련해 △핵무기 포기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 및 핵물질 외부 반출 △탄도미사일 감축 △호르무즈 공동 관리 등 '15개 항'을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두고 "나와 아야톨라(이란 최고 지도자)가 공동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모즈타바가 이끄는 이란의 새 '신정 지도부'를 승인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면서 기세등등하게 전쟁 배상금 요구까지 내놓던 이란이 △우라늄 농축 △핵물질 외부 반출 △탄도미사일 감축 등 민감한 문제에서 전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양측 간의 전쟁은 지상전으로까지 번져 더욱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0년간 양측의 분쟁 쟁점이었다는 점에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권을 포기하는 데 동의하는 것은 엄청난 진전이 될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