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살인사건 등 비극 반복에도 '신변 확보' 소극적
"피해자 관점서 영장 기준 바꿔야"
"피해자 관점서 영장 기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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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스토킹 범죄 검거 건수가 최근 2년 사이 40% 넘게 급증했지만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여전히 3%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 처럼 반복되는 위험 신호에도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아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스토킹·교제폭력 전체 사건 건수 대비 구속영장 신청 비율'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검거 건수는 2023년 1만1520건에서 2024년 1만2677건, 지난해 1만6339건으로 증가하며 2년 새 약 42%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구속영장 신청은 2023년 354건, 2024년 390건, 2025년 516건으로 집계됐으며 전체 검거 건수 대비 신청 비율은 3.1~3.2% 수준에 그쳤다.
실제 구속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더 적다.
그러나 접근금지 명령 위반 등 위험 징후는 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스토킹 전자장치' 관련 112 신고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스토킹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장치를 훼손해 신고당한 건수는 4만8426건으로 기록됐다. 전년(9402건)보다 5.2배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반복적인 위험 신호에도 선제적 신병 확보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며 실질적인 범죄 억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시 전자발찌를 착용했던 김훈(44)은 과거 흉기 위협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에 대한 스토킹을 이어갔으며 이후 구속 수사 대상에까지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구속영장 신청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범행이 발생하면서 피해자는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스토킹 범죄는 관계성과 반복성이 결합되며 위험 수위가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특성이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는 위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해자의 주거와 직업이 일정하다는 이유로 도주 우려가 낮게 평가되거나 영장 기각 부담 등으로 인해 현장에서 잠정조치 중심 대응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증거인멸·주거부정·도주위험 세 가지 사례가 아닐 경우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보니 경찰 쪽에서도 잠정조치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인신 구속이나 위치 추적 등 강력한 조치가 병행되지 않으면 범행을 막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강력 범죄는 피해자가 다시 피해를 당할 확률이 낮지만 스토킹 범죄의 경우 지속적으로 당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데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본인을 잘 알고 있어 적극적으로 처벌 의사를 표현하기 어렵다"며 "이런 범죄의 특성을 바탕으로 형사·사법기관이 피해자 관점에서 영장 판단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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