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4·3 증언 줄어드는 시대, 기억을 잇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4 14:10

수정 2026.03.24 14:10

제주4·3연구소, 27일 증언본풀이 마당
‘2003 하귀에서 1948 조천으로’ 주제로
생존의 기억·현장의 언어 무대서 다시 만난다
27일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여는 ‘제주4·3 제78주년 스물다섯 번째 증언본풀이 마당’ 포스터. 이번 주제는 ‘4·3과 기억-2003 하귀에서 1948 조천으로’다. /사진=제주4·3연구소 제공
27일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여는 ‘제주4·3 제78주년 스물다섯 번째 증언본풀이 마당’ 포스터. 이번 주제는 ‘4·3과 기억-2003 하귀에서 1948 조천으로’다. /사진=제주4·3연구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4·3의 기억을 당사자의 목소리와 현장 언어로 다시 불러내는 증언 마당이 열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언은 줄어들고 기록의 책임은 더 커지는 만큼 이번 행사는 제주4·3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의 질문으로 다시 꺼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제주4·3연구소는 27일 오후 2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제주4·3 제78주년 스물다섯 번째 증언본풀이 마당’을 연다고 밝혔다. 올해 주제는 ‘4·3과 기억-2003 하귀에서 1948 조천으로’다.

증언본풀이 마당은 제주4·3의 생존자와 관련 인물의 증언을 무대 위에서 다시 듣고, 대담과 공연을 통해 기억의 의미를 함께 풀어가는 자리다.

회고 행사가 아니라 말해지지 못한 상처와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공론장으로 옮기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행사에는 고창선(1935년생)과 현정욱(1948년생) 할머니가 출연자로 나서 4·3의 기억을 들려준다. 대담은 제주4·3연구소 김창후 소장과 장윤식 이사가 맡는다. 시낭송은 김순남, 공연은 모다정밴드가 함께한다. 김 소장과 장 이사는 각각 4·3 진상규명과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행사 제목에 들어간 ‘2003 하귀에서 1948 조천으로’는 기억의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1948년 제주4·3의 상처를 현재의 자리에서 다시 더듬고, 이후의 삶과 지역의 변화까지 함께 돌아보겠다는 뜻이다. 4·3 기억은 과거 연표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누가 어떻게 살아남았고, 무엇을 말하지 못했으며, 그 침묵이 공동체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함께 살피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제주4·3 관련 증언은 시간이 갈수록 더 절박해지고 있다. 증언자는 고령화하고, 현장의 기억은 빠르게 사라진다. 그런 점에서 증언본풀이 마당은 기록의 빈칸을 메우는 작업이자 다음 세대가 4·3을 역사 용어가 아닌 사람의 삶과 고통, 회복의 문제로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제주 사회에서 4·3은 이미 역사적 사실에서 기억과 해석, 전승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행사는 제주4·3연구소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제주양돈농협, MG새마을금고, 한라산소주가 후원한다. 참가 신청은 온라인 접수로 진행된다.
문의는 제주4·3연구소 사무국(064-756-4325)으로 하면 된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