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나프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비닐 수급 문제가 제기되자 ‘비닐 대란’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종량제 봉투 등을 대량 구매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4일 뉴시스, 뉴스1 등에 따르면 비닐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 우려가 이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소비자들의 종량제 봉투 구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종량제봉투를 판매하는 '종량제닷컴'은 홈페이지에 "최근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종량제봉투 제작부터 수급 및 입고 일정이 원활하지 못하다"라며 "품절 또는 출고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안내를 내걸기도 했다.
편의점 등 종량제 봉투 판매처에서도 수요 증가가 감지되는 분위기다. 종로구의 한 편의점 업주 김모씨는 뉴스1에 "요즘 한 번에 많이 사 가는 손님들이 있다"며 "20장 묶음을 서너 개씩 사가서 발주 주기도 이전보다 더 짧아졌다"고 밝혔다.
강원 춘천의 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관계자 역시 "전날부터 고객들이 3~5묶음씩 종량제봉투를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당장은 재고가 부족한 편은 아니지만, 현재 재고는 약 한 달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불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나프타 공급 불안이 종량제 봉투 등 비닐 봉투와 일회용 장갑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 글이 이어지면서 ‘종량제 봉투 쟁이기’에 나선 이들의 인증글이 뒤따랐다.
"마트 몇 군데 돌아다녀도 종량제 봉투가 없어서 살 수가 없었다", "종량제 대란이라 편의점 여러 곳 돌면서 몇 십장 확보했다" 등의 인증은 물론, "종량제 봉투 사러 갔다가 일인당 2개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는 후기도 등장했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분리돼 나오는 탄소화합물로 플라스틱, 비닐 등 대다수 석유화학 제품에 쓰여 '중화학 공업의 쌀'로 불린다. 국내로 수입되는 나프타의 54%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데 중동전쟁 직후 이란이 해당 해협을 봉쇄하면서 나프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종량제 봉투 생산 업체 관계자는 "15년 동안 종량제 봉투를 만들면서 간혹 가다 중동에서 군사적 충돌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제일 심각하다"며 "원료 수급 자체가 이 정도로 안 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뉴시스에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중동 상황에 따른 나프타 수급 불안과 관련해 즉각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예전에는 4월 초에 관련 공정이 가동 중단될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현재는 4월 하순이나 5월까지 수급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대응 등을 통해 수급에 문제없게 하겠다"고 했다.
또 정부는 더불어민주당과 '중동 상황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열고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는 석유제품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약 40%인 수출 물량에 대해 단계적으로 수출을 조정하고, 이를 국내 공급으로 돌려 충격을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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