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모발이식 후에도 약은 계속 먹어야 한다"는 말은 모발 이식을 앞둔 환자에게 부담으로 다가간다. 평생 탈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단언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약물 치료는 구속이 아니다. 모발 이식으로 얻은 결과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전략이다.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선취점(모발 이식)을 얻은 팀이 수비(탈모약)를 견고하게 하는 것과 같다.
편집자주: 김진오 원장은 MBC <나혼자산다>를 비롯해 EBS <평생학교> MBN <특집다큐H>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 등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은 기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하고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며 탈모를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앞으로 김진오 원장이 파이낸셜뉴스와 칼럼을 연재합니다. '모발의 신' 김진오 원장의 탈모의 A to Z를 기대해 주세요.
우선 모발 이식 후 무조건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 선천적으로 이마가 넓어 이마를 좁히거나, 흉터를 메우기 위해 모발을 옮겨 심는 미용 목적의 모발 이식은 탈모로 인한 모발 이식과 다르다. 이는 유전자에 의해 모발이 가늘어지고 빠지는 병적인 상태가 아니다. 당연히 탈모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 모발 이식 결과는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거의 영구적으로 남는다.
반면 유전성 탈모를 가진 이들은 다르다. 두피를 토양이라고 치자. 약물 치료는 비료 역할을 한다. 탈모의 주범인 DHT는 단순히 머리카락을 빠지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낭을 서서히 위축시킨다. 두피의 미세 혈류를 방해하고, 모낭 주위의 환경을 만성적인 염증 상태로 몰아넣는다. 이렇게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나무를 심으면 아무리 뛰어난 수술 기술로도 100% 생착을 보장하기 어렵다. 약물 치료는 토양의 독소를 제거하고 영양분이 공급되도록 길을 터주는 작업이다. 수술 전후로 조절된 DHT 농도를 조절해 이식모 안착을 돕고, 수술 자극으로 주변 모발이 일시적으로 탈락하는 동반 탈락(Shock Loss)의 리스크를 낮춰준다.
이식한 모발은 탈모 유전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 뒷머리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기에 쉽게 빠지지 않지만 기존 모발은 아니다. 약물이라는 방파제가 사라지면 탈모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시간이 흘러 기존 모발이 실처럼 가늘어지다 결국 사라지면, 모발 이식을 아무리 촘촘하게 해도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탈모약을 권하는 진짜 이유는 이식모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모발 이식 수술로 완성한 결과를 오랜 시간 유지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스스로 방심하거나 임신 계획이 있을 때, 혹은 부모님의 반대로 모발 이식 후 탈모약을 중단한 환자들이 있다. 해당 환자 중에는 몇 년 뒤 2차 모발 이식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식모는 잘 남아있지만, 이식모 사이의 기존모가 탈락하며 밀도가 떨어져 보이거나, 이식모-기존모 사이의 간격이 눈에 띄는 경우다.
의학적 관점에서, 모발 이식과 약물 치료는 별개의 선택지가 아니라 유기적인 프로세스다. 모발 이식이 공격이라면, 약물은 수비다.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는 공격은 결국 역전당하기 쉽다. 하지만 ‘평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탈모 진행이 안정되고 호르몬 수치가 변하는 시기에 접어들면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주기적인 관리를 통해 얼마든지 신체적,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본질은 결국 삶의 질이다. 모발 이식으로 생긴 자신감을 계속 오랜 기간 풍성하게 누리고 싶다면, 탈모약을 먹는 작은 습관은 매우 가치 있는 투자가 된다. 결국 모발 이식의 완성은 수술이 끝나 병원 문을 나설 때가 아니라, 환자 스스로 모발을 성실히 관리해 나가는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