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소액주주와 경영진 간 날선 공방 오가
"위장계열사 지분 '의결권 제한' 안하면 주총 신뢰 못해"
경영진 "아직 법적 확정된 부분 없어...답변 부적절"
"위장계열사 지분 '의결권 제한' 안하면 주총 신뢰 못해"
경영진 "아직 법적 확정된 부분 없어...답변 부적절"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 사장은 24일 경기 부천 DB하이텍 본사에서 개최한 제73기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정책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2025년 초 주당 3만원 초반이었던 주가는 연말 6만원 후반대까지 약 2배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들을 향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전력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더 강화하고 품질 안정화에도 만전을 기해 기술 초격차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대표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현장 분위기는 급격히 날카로워졌다.
핵심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위장 계열사 운영 의혹과 관련해 김준기 DB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과 이에 대한 회사의 대처 방안이었다. 해당 의혹은 DB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가 아닌 일부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이 회사들을 통해 DB하이텍 지분을 사들이고 경영권 방어에 동원했다는 내용이다.
배홍기 감사위원장이 감사보고를 시작하자마자 주주석에서는 "감사위원회에서 보시기에는 (공정위의) 검찰 고발 사건 관련해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냐"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이상목 소액주주 연대 액트 대표는 "회사가 제대로 견제되고 있는지,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큰 의구심이 든다"며 "이 부분이 잘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도 생각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조 대표를 향해서도 "주주들의 서명을 받아서 회사 이슈와 관련한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왜 답변하지 않느냐"며 "위장 계열사가 지분과 관련된 의결권을 자발적으로 제한할 건지를 물어보는 것인데, 이에 답하지 않으면 의결권을 어떻게 산정해 주주총회 결과가 나오는지를 신뢰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총수 일가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위장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실제 주주들의 의사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지적이 이어지자, 양승주 DB하이텍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나서 "아직 법적으로 확정된 부분이 아무것도 없다"며 "DB하이텍 경영에 무관한 사안으로 법원에 앞서서 답변을 하라는 요구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이날 사외이사 재선임 후보자로 올라온 윤영목 사외이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가치와 전체 주주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논란이 된 의혹과 관련 소액주주들의 요구로 주주총회에 상정된 △공정거래 특별 조사 신설의 건 △내부거래위원회 신설의 건 △위장계열사 부당 거래 진상 규명을 위한 법원검사인 선임 신청 권고의 건 등 3개 안건은 이날 모두 부결됐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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