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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HBM 주도권 강화"… 12兆 EUV 장비 도입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4 18:05

수정 2026.03.24 18:04

역대 최대 EUV 스캐너 추가 결정
핵심기지 용인클러스터 집중 배치
6세대(1c)공정 전환 가속화 추진
HBM 등 AI메모리 수요 적극 대응
하이닉스 "HBM 주도권 강화"… 12兆 EUV 장비 도입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반도체 시장 주도권 강화를 목표로 네덜란드 ASML로부터 총 12조원 규모로 극자외선(EUV) 장비를 전격 도입한다. SK하이닉스의 EUV 대규모 도입 계약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는 2027년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EUV를 집중 배치해 차세대 HBM인 HBM4E와 HBM5에서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세상에서 가장 가는 붓' 도입계약

SK하이닉스는 24일 이사회에서 ASML로부터 총 11조9496억원 규모로 EUV 스캐너를 도입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2024년 말 기준 SK하이닉스 자산총액의 9.97%에 해당한다.

첫 대규모 EUV 공급계약이 있었던 2021년(약 4조8000억원)과 비교해 2.5배 증가한 액수다. 단순 계산으로는 약 20여대가 신규 도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대당 2000~3000억원이었던 EUV 장비(설치비 포함)는 최근엔 4000~5000억원 정도로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 추가 도입 시기는 2027년부터 2년간이다. 미래 반도체 핵심기지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집중 배치될 예정이다. 아울러 HBM 전용 생산기지로 탈바꿈 중인 청주 M15X 공장과 반도체 기술의 본진인 이천 M16 공장의 첨단 공정에도 배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EUV는 10나노 이하 반도체 공정 미세화의 핵심 장비다. 반도체 성능을 높이려면 회로를 최대한 가늘고 촘촘하게 그려야 한다. 기존 불화아르곤(ArF)의 파장이 193nm라면 EUV는 13.5nm로 약 14배 짧다. 이 때문에 EUV를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가는 붓'으로 부른다. 또한 공정 횟수를 줄여 생산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도입 배경 중 하나다.

현재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사인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연간 생산 대수도 많지 않아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선계약을 맺을 정도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핵심 무기'다. 실제 미국의 대중 제재로 중국 반도체 업체는 공식 도입이 막힌 상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가속화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10나노급 1a 공정부터 EUV를 활용해 왔다. SK하이닉스는 장비 추가 도입을 통해 6세대(1c) 공정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다. 현재 SK하이닉스의 HBM4는 1b 공정이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1c 공정 기반이다. SK하이닉스는 HBM4E부터 1c 공정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HBM의 기반이자 범용 메모리 제품으로 제작되는 DDR5, LPDDR6 등 주요 제품군도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 시점에 맞춘 계약으로 풀이된다"면서 "D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차세대 HBM4E 및 HBM5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1c DDR5 D램과 LPDDR6 제품을 잇달아 개발하며 미세공정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생산성, 전력 효율성, 데이터 처리 속도 모두 개선한 상태다. EUV 추가 도입을 통해 1c 공정 기반 HBM4E 및 HBM5 기술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D램 공급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반도체 증설 및 신규 건설 시기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청주 M15X의 두 번째 클린룸을 당초 계획보다 약 2개월 앞당긴 이달 중순 오픈했다.
현재 장비 반입이 진행 중이다. 또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총 4기)의 1기 팹의 첫 번째 클린룸 역시 3개월 앞당긴 내년 2월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EUV 장비 도입을 통해 메모리 공급 안정화에 주력하는 등 HBM을 포함한 AI 메모리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세계 메모리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