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협상·협박 양면 전략
한달 휴전 제안하면서도
공수부대 1000명 투입 압박
빈 살만은 "전쟁 계속해야"
한달 휴전 제안하면서도
공수부대 1000명 투입 압박
빈 살만은 "전쟁 계속해야"
■'재탕 요구안', 채찍과 당근 딜레마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채널12 및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제시한 15개 요구안 목록에는 이란이 60% 농축우라늄 비축분 450㎏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관하고 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 등 핵심 핵시설을 해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미사일 사거리와 규모를 자위 목적으로만 제한하고, 친이란 대리세력 지원을 중단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란이 이를 수용할 경우 미국은 제재 전면 해제,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등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 지원, 합의 위반 시 제재를 자동복원하는 '스냅백' 조항 폐기를 약속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포괄적인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회담을 주최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적극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가디언은 "이란 입장에서는 핵심 주권 사안인 우라늄 농축권한 포기를 전제로 한 미국의 요구안을 사실상 과거 결렬됐던 협상안의 '재탕'으로 여기고 있다"며 "수용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지상군 띄운 美 vs 해협 틀어쥔 이란
휴전 논의 이면에는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및 CNN 등에 따르면 브랜든 텍트마이어 소장이 이끄는 82공수사단 예하 제1전투여단 소속 1000여명이 향후 며칠 내로 중동에 투입될 예정이다.
82공수사단은 지난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 제거 직후나 2021년 아프간 철수 등 굵직한 분쟁마다 투입된 미 육군 신속대응군(IRF)의 핵심이다. 이들의 유력한 타깃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책임지는 하르그섬이다. 트럼프가 "우리는 원하면 언제든 그 섬을 제거할 수 있다"고 공언한 만큼 대화가 틀어질 경우 즉각 이란의 경제 심장부를 장악하겠다는 노골적 위협이다.
이란 역시 벼랑끝 전술로 응수하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해협에는 약 3200척의 선박이 발이 묶여 있다. 개전 이후 최소 22척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부 선박은 안전보장 대가로 이란 측에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란 외무부는 국제해사기구(IMO) 서한에서 사전조율을 거친 '비적대적 선박'만 통행을 허용하겠다고 못 박았다. 나아가 만수르 알리마르다니 이란 의원 등 정치권은 "미국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에 대한 상응조치와 함께 결제통화를 달러에서 다른 통화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며 장기 항전을 예고했다.
■사우디의 '동상이몽'과 서방 분열
두 국가의 샅바싸움에 주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까지 얽히며 중동의 고차방정식은 더욱 꼬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막후에서 트럼프에게 미국의 지상작전 전개와 이란 정부 축출을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내부 혼란으로 '실패국가'가 되더라도 이를 안보적 성과로 평가할 여지가 있지만, 사우디의 셈법은 다르다. 사우디는 이란 정권이 무너지더라도 통제불능의 군부세력이나 민병대가 자국 석유시설을 지속해서 타격할 가능성을 중대한 안보위협으로 보고 있다.
서방 진영도 분열 조짐을 보인다. 이달 27일 파리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일본 등 6개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경한 군사작전이 불법적이고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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