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 “방탄소년단(BTS)이 공연을 열었을 때는 대규모 경찰 인원이 배치됐다. 한국 경찰은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정치적 시위가 열리면 군중이 통제 불능 상태로 변질되지 않도록 세심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팬데믹에서 해방된 젊은이들이 서울의 번화가로 몰려들 땐 그러지 않았다. 경찰은 단 137명 배치됐고 대부분은 인파 통제 대신 마약 등 범죄를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다음 날, 그 결정의 결과는 명백하게 드러났다.
#2. "예측이 불가능했다. 신이 아니라서 예측할 수 없었다."
2022년 10월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사 내용과 지난 2023년 1월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구속 뒤 첫 진술조서로 드러낸 속내는 지난 21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컴백 공연 이후 묘한 기시감이 들게 했다.
2026년 3월 현재 우리에게 4년 전 기사와 3년 전 자치단체장의 발언을 떠올리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시감과 오버랩
'방탄소년단 컴백 공연'이 끝난 뒤 온라인에는 안전 요원으로 공무원들이 대거 동원된 데다 과도한 통제로 불편을 초래했다는 비판글들이 올라왔다. 세금을 들여 경찰·소방 등 대규모 인력을 동원했다는 논란도 발생했다.
바로 '26만명'이 모일 거라는 예측 때문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응원 이후 최대 규모인 이 예측에 맞춰 1만5500명이 안전인력으로 투입됐다. 인력 구성을 보면 전체 3분의 2인 1만명 넘는 인원이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였다. 나머지는 하이브가 동원한 민간 인력이었다.
'26만명' 예측만 실현됐다면 나오지 않을 비판이었다. 그러나 주최 측 추산 절반에 못 미치는 약 10만 4000명이 광화문을 찾았다. 서울시 실시간 인파 데이터와 경찰의 비공식 추산치가 약 4만~4만 8000명에 불과하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예측치만 믿고 특수를 기대한 일부 식당과 편의점 등은 매출은커녕 재고 물량이 쌓여 막대한 손해만 입게 됐다.
논란이 커지자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탄소년단 광화문 공연에 경찰 통제가 과했다’는 지적에 대해 “시민 안전과 관련해서는 과도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측 인원이 과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희가 26만명을 말한 건 숭례문까지 인파가 차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경찰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 그 인원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비할 것이냐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 드린 것”이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안전 관리를 고려해 최대치를 기준으로 예측했던 것”이라며 실제 인원은 그보다 적었다고 설명했다.
"신이 아니니 예측할 수 없다"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말이나, 2022년에 이어 이번에도 방탄소년단 공연에 많은 인력이 동원됐으니 비슷할 법 했다. 다만 다른 점은 명확했다.
공통점과 차이점
2022년 10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방탄소년단의 단독 콘서트가 열리는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과 보름 뒤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는 2026년 3월 21일 광화문의 방탄소년단 공연과 같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여전히 방탄소년단 공연장엔 많은 안전 관리를 위해 경찰 등이 투입됐지만, 이태원 참사 당시 없었던 게 있었다. 2023년 12월 20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다중운집인파사고'가 법정 사회재난으로 명시된 것이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주최자 없는 행사라는 책임자들의 변명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지자체 안전관리 의무도 부과됐다. 시·도지사에게 재난사태 선포권이 부여됐고 재난안전상황실은 팀에서 과 단위로 격상됐다.
이번 방탄소년단 공연은 이렇게 갖춰진 제도가 현장에 실제로 작동되는걸 검증하는 계기가 됐다.
행사 안전 총괄대응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부터 행사 당일인 21일까지 민·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부합동안전점검단'을 구성해 행사 전반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광화문광장 주변 31개 빌딩 출입을 통제하고, 1㎡당 인구 밀도에 따라 3단계 대응 기준을 적용했다.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와 통신 데이터 기반 실시간 밀집도 분석도 병행됐다.
박 청장은 '과잉 대응 아니냐'는 질문에 "시민들이 불편하긴 하셨을 것"이라는 답과 함께 “부족한 것보다는 과한 게 시민안전에 맞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중동 사태도 있고 이번 행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테러 위협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도 했다.
또 “굉장히 긴장하고 많이 준비했는데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안전하고 질서있게 행사를 마무리했다. 현장 대응도 무난했다"고도 말했다.
방탄소년단 공연과 관련해 접수된 112 신고는 모두 74건이었고 대부분은 교통 불편과 소음 등 내용이었다. 공중협박 신고는 3건 접수됐지만, 모두 술에 취했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사건을 종료했다.
불편과 안전 사이
달라진 점에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과도한 통제가 불편했다거나 매출 타격을 입었다는 호소가 나왔다. 반대로 안전이 불편보다 낫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22일 광화문 인근 편의점을 찾았을 때도 사장인 임모씨는 "여기 저기 막고 있으니 사람들이 아예 오지 않은 거 같다. 김밥이랑 샌드위치를 잔뜩 구비해 놨는데 평소보다 오히려 안 팔렸다"며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선 안 되지만, 통제의 방식이 지나쳤고 절차에도 문제가 많은 듯 하다. 다음엔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통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편의점 사장인 박모씨는 "행사 당일은 통제해서 손님이 안 왔지만, 지금은 광화문이 방탄소년단의 성지처럼 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어 나쁘지 않다"면서 "안전에는 무조건 과잉이 필요하다. 만약 사고가 났다면 이렇게 사람들이 오겠냐. 제가 낸 세금이 사람 목숨 살리는데 쓰이는 거라면 찬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안전과 불편 사이의 답을 이태원 유가족에게 물었다.
이태원 참사의 159번째 희생자인 고(故) 이재현군의 어머니에서 이제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을 이끄는 송해진 위원장은 "방탄소년단 공연이 있기 전부터 밀집 인파 대응을 위해 인력을 어떻게 배치할 지 고심하는 정부의 모습을 뉴스로 봤다"면서 "행사가 끝날 때까지 질서정연하게 마무리된 듯 보였다"고 평가했다.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도 공감했다.
송 위원장은 "이번 공연은 사회적 트라우마가 된 이태원 참사 이후 지자체나 정부가 인파 관리를 신경쓰고 있구나를 보여준 사례가 됐다"며 "이번처럼 시스템이 있었다면 이태원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마련됐다는 데 다행이라고 여겨졌다"고 전했다.
'과도한 통제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면서도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송 위원장은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진상규명 활동에 나섰는데 어느새 우리의 활동이 사회를 의미있게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며 "이번 공연이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는 큰 위안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상 관객이 적게 와서'라는 관객수로 인파 관리를 성공이냐 실패냐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이번에 예측이 실패한 것도 인파 관리의 노하우가 쌓이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며 "이런 경험들이 차곡, 차곡 쌓이다 보면 앞으로 더 이상의 참사는 되풀이되지 않을 듯 하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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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