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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점퍼? 날씨 쌀쌀하니 당장 사서 입으세요"... 현장 초토화시킨 김태형 감독의 '미친 입담'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6 18:16

수정 2026.03.26 18:22

"살다 살다 별일을 다…" 뼈있는 농담으로 악재 정면 돌파
이탈 공백 지운 '젊은 피'… 위기 속에 더 단단해진 거인들
"가을 점퍼 당장 사세요" 팬들 울고 웃긴 명장의 '사이다 약속'

26일 펼쳐진 미디어데이에서 출사표 밝히는 롯데 김태형 감독.연합뉴스
26일 펼쳐진 미디어데이에서 출사표 밝히는 롯데 김태형 감독.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었습니다."

우승 청부사의 입술을 뚫고 나온 첫마디는 헛웃음이 섞인 자조였다. 하지만 그 씁쓸한 농담 속에는 위기를 돌파해 낸 단단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이 2026 KBO 미디어데이를 유쾌하게 뒤집어놓았다.

26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뱅크 KBO 미디어데이'. 각 구단의 출사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롯데의 수장 김태형 감독이었다.



26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서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포부와 각오를 밝히고 있다.뉴스1
26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서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포부와 각오를 밝히고 있다.뉴스1

올해 초 롯데는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일부 야수들(나승엽, 고승민, 김동혁, 김세민)이 불법 도박장에 출입해 무더기 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팀 분위기가 바닥을 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악재였다. 김 감독은 이를 굳이 피하지 않았다. "작년도 그렇고 올해 초반에도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었다"며 뼈있는 농담으로 정면 돌파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수장의 유쾌한 방패막이 덕분인지 롯데는 시범경기 단독 1위라는 파죽지세로 정규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김 감독은 "올해 선수들이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며 "시범경기를 통해 보여준 좋은 모습을 정규 시즌에도 이어가겠다"고 담백하게 희망을 노래했다.

특유의 위트는 질의응답 시간에도 빛을 발했다. 올 시즌 당기고 싶은 변화의 방아쇠가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방아쇠를 좀 많이 당기고 싶다"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생긴 공백에 대해서도 "한태양, 이호준 등 젊은 피들이 제 역할을 너무 잘해주고 있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있어 올해는 정말 좋은 흐름으로 갈 것"이라며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냈다.

롯데 전준우(왼쪽부터), 김태형 감독, 전민재가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롯데 전준우(왼쪽부터), 김태형 감독, 전민재가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미디어데이의 백미는 단연 한 롯데 팬의 절절한 질문이었다. "올해는 정말 가을 점퍼 사도 되느냐"는, 롯데 팬들의 오랜 염원과 불안이 교차하는 날카로운 물음표.

여기에 김 감독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이다' 답변을 날렸다.

"사셔서 지금부터 입으시라. 날씨가 지금도 쌀쌀하다. 어차피 가을까지 입을 거니까 사세요."

현장에서는 일제히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상처받았던 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녹여버린 완벽한 대답이었다.
김 감독은 이어 "작년은 아쉬웠지만 선수들이 많은 것을 느끼고 자신감도 얻었다. 신구 조화를 통해 올해는 꼭 가을 야구에 가겠다"며 팬들에게 묵직한 약속을 건넸다.


도박 파동이라는 최악의 스크래치를 입고도 시범경기 1위로 증명해 낸 롯데. 그리고 그 중심에서 선수단을 든든하게 감싸 안으며 유쾌한 도발을 던지는 김태형 감독. 롯데 팬들의 옷장 속에서 깊게 잠들어 있던 가을 점퍼가, 올해는 정말로 사직구장의 차가운 밤공기를 가를 수 있을 것 같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