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공무원 퇴직자의 소득공백 문제를 놓고 관가가 시끄럽다. 소득공백에 내몰린 공무원 퇴직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퇴직자 재채용 카드는 공수표로 전락했고, 의미 있는 후속 대책도 보이지 않아서다. 공무원단체는 소득공백 현실에 내몰린 퇴직공무원 구제를 위해 정부의 즉각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 2015년 사회적 대타협과 2024년 퇴직자를 임기제로 재채용하겠다는 약속도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다. 2024년부터 2026년 사이 퇴직자는 퇴직연금이 62세부터 개시되는 구조에서 최대 2년의 공백을 겪는다. 2027년부터 2029년 사이 퇴직자는 최대 3년, 2030년부터 2032년 사이 퇴직자는 최대 4년, 2033년 이후 퇴직자는 최대 5년까지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에 놓인다. 정년 60세가 유지되는 한 지급개시연령이 오르는 일정 자체가 공백기간 확대를 의미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백을 겪는 퇴직자가 해마다 새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급개시연령 상향 구간마다 그해 정년퇴직자들이 새롭게 공백 대상이 된다. 시간이 갈수록 공백을 겪는 사람 수가 줄어들기 어렵고, 오히려 더 많은 퇴직자가 더 긴 공백을 경험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정년퇴직 이후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소득안전망이 제도적으로 비어 있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노후 소득공백은 곧바로 삶을 무너뜨린다. '국가를 위해 일했지만 정작 노후는 개인이 알아서 버텨야 한다'는 절망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터져 나온다. 이 문제는 당사자만의 문제를 넘어 노후불안은 재직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공직 이탈과 인력유출을 가속화하고, 숙련과 경험이 필요한 현장에서는 인력공백이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퇴직 직후의 몇 년은 의료비, 돌봄비, 주거비 등 필수지출이 늘어나기 쉬운 시기다. 그러나 소득은 갑자기 끊기거나 급감한다. 그 결과 퇴직자는 예·적금을 해지하고, 대출을 늘리고, 불안정한 단기노동에 내몰리며, 가족 부양에 의존하게 된다. 건강이 악화해도 치료를 미루고,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필수지출을 깎는 일이 반복된다. 공공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면서 정년 이후의 최소 소득안전망을 비워 둔다면 책임 있는 국가 운영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다수 공무원의 정년은 60세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퇴직연금 지급개시연령은 퇴직 연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상향되는 구조로 운영된다. 정년으로 퇴직했는데도 연금을 받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국민연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민간 부문의 조기퇴직자가 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연금 수급개시연령 상향은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지만, 연금소득 부재 기간에 장년층의 빈곤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정부는 이런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연장을 검토 중이지만 실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다수 공무원이 재취업보다는 정년연장을 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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