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전쟁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여야 정쟁 접으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6 18:43

수정 2026.03.26 19:18

경제는 비상인데 끝도 없이 대치
초당적 협력으로 위기 대응해야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와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민생과 기업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점검회의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와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민생과 기업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점검회의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한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전기 사용 절감 등 에너지 절약을 국민들에게 요청했다. 이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통해 "전기요금을 계속 이대로 유지할 경우 적자 폭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며 이같이 당부한 것이다. 이어 열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는 유류세 인하, 요소수 매점매석행위 금지, 영업용 화물차 통행료 일시 면제, 물가 특별관리품목 확대 등의 조치가 나왔다.

이와 함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정협의회를 열어 25조원 규모의 '전쟁 추경'에 담길 사업계획도 논의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도입에 따른 손실 보전과 가정용 재생에너지 보급사업 부활, 산업위기 지역 내 기업 지원 등이 추경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화폐를 통한 민생안정지원금 공급, 구직단념 청년을 직업현장으로 유도하는 K-뉴딜아카데미 신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무기질 비료 가격 인상분 지원 등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과 당정이 중동 사태 대응에 속도를 내는 것은 현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와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일부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식품·뷰티업계에서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비용부담을 넘어 포장재 자체를 구하지 못해 제품 출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닐 핵심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종량제봉투를 미리 사두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는 등 가계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중동 사태가 기업과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여야 갈등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추경 편성과 관련해 야당은 "선거용 하사금이다" "경제와 민생을 그만 망쳐야 한다"고 비판했고, 여당은 "고통받는 민생을 외면한 막말"이라고 맞받아쳤다. 전쟁과 고유가라는 대외충격을 줄이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지만 정치권에서 협치의 정신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문제는 나라 전체가 경제위기 대응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도 정치 갈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범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 추진을 놓고도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전쟁에 따른 경제충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국익보다 정쟁과 권력투쟁에 매달린다면 위기대응 역량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전쟁과 고유가, 공급망 불안이 복합된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책의 속도와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여야의 극한대치가 계속되는 한 어떤 위기대응책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추경과 에너지 대책, 산업 지원책이 국회 문턱에서 지연되거나 왜곡될 경우 시장의 불안은 커지고 정부 정책의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중동 사태는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고 전쟁 이후에도 그 충격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주도권 경쟁에 함몰되거나 상대 흠집 내기에만 매달린다면 위기는 더욱 증폭되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과 기업이 떠안게 된다. 민생과 경제를 지키기 위해 여야가 현 상황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종 지원책과 미래전략을 신속하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책임공방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에 함께 맞서는 초당적 협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