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건 각하…"단순 불복 아닌 ‘명백한 기본권 침해’ 입증 관건"
[파이낸셜뉴스]확정된 법원 판결의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지 2주가 넘었지만 사전심사를 통과한 사건은 아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소가 엄격하게 요건을 적용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기본권 침해' 부분을 강조한 주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4일 재판관 3인의 지정재판부 심사를 통해 재판소원 사건 26건을 각하했다. 전날 기준 접수된 사건은 153건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본안 판단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각하 사유는 △보충성 위반 2건 △청구기간 도과 5건 △청구사유 부적합 17건 △기타 부적법 3건으로 집계됐다.
보충성 위반은 재판소원 외에 다른 법률상 구제절차가 있음에도 이를 모두 거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헌법소원은 다른 구제 수단을 먼저 활용한 뒤 제기해야 한다는 원칙이 엄격히 적용된다. 청구기간 역시 확정판결일로부터 30일 이내로 제한되는데, 이를 넘긴 사례도 여럿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청구사유가 부적하다고 본 사건의 경우 재판소원이 제기되는 사유를 벗어난 것이다. 재판소원의 실체적 청구사유는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의 재판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1호)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2호) △헌법과 법률 위반이 명백한 경우(3호)로 제한된다.
단순히 판결 결과나 사실인정에 대한 불복을 제기하는 수준으로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실제 헌재는 이날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으며 '신체의 자유·평등권 침해'를 주장한 사건을 각하했다. 헌재는 "법원의 사실인정 또는 증거의 평가, 법률의 포섭·적용의 당부를 다투는 것이거나 재판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하다"며 "재판으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됐음이 명백하다는 점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사전심사 문턱이 높아지면서 법조계에서는 '기본권 침해의 명백성(3호)'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해당 사유는 비교적 포괄적으로 규정돼, 기본권의 성격과 침해 정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헌재의 심리 대상이 될 여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지난 24일 재판소원 세미나에서 법원이 기본권의 의미와 범위를 완전히 간과한 사례를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신체의 자유,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등 헌재가 엄격하게 심사하는 기본권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소송과의 차이도 분명히 드러났다. 이날 세미나에서 공공 공사 관련 행정처분 사건에서 재판소원 가능성을 묻는 참석자 질문에 대해 법무법인 바른 재판소원 대응팀은 "단순한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기본권 침해가 중대하다는 점을 함께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즉 과도한 행정처분과 헌법 위반은 별도로 다퉈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재판의 절차 위반'을 다투는 2호 사유도 실무적으로 활용 가능한 전략으로 제시됐다. 이원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해당 규정에는 '명백성' 요건이 없다는 점을 들어, 재판청구권 등 절차적 기본권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 이를 중심으로 청구를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페인 헌법재판소가 증거 검토와 판단 이유 제시 없이 청구를 기각한 판결을 무효로 본 사건도 참고 사례로 제시됐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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