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내 집 꿈꾼 게 죄인가요"… 150억 날린 광진구 지주택의 '소름 돋는' 사건 전말[사건실화]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30 07:00

수정 2026.03.30 09:36

토지 확보율 최대 64%로 부풀려 조합원 모집
실제는 20% 수준에 그쳐...237명·150억 피해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시잔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시잔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 아파트 사업은 토지 소유권을 15% 이상 확보했고 사용권원은 50% 이상입니다. 다른 지역주택조합에 비해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0년 9월 17일 서울 광진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홍보관. 자양동 일대에 추진되던 가칭 '리버시티자양'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안내받던 투자자는 위와 같은 설명을 들었다. 추진위원회 측은 사업 부지 확보가 상당 부분 이뤄져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처럼 홍보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실제 확보한 토지 사용권원 비율은 광고에 적힌 수치에 한참 못 미쳤으며, 이를 믿고 자금을 납입한 조합원들만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양진호 판사)은 사기와 주택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동산업자 A씨(60대)에게 징역 9년, 회사원 B씨(70대)에게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자양동 일대 아파트 신축을 추진하는 리버시티자양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토지 사용권원을 실제보다 훨씬 많이 확보한 것처럼 꾸며 광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합원들을 속여 거액의 분담금과 업무추진비를 받아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해당 지역주택조합의 추진위원장이자 업무대행사 대표이사를 맡았고, B씨는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다 A씨 사임 이후인 2020년 2월 말부터 추진위원장 역할을 이어받았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조합원을 보다 원활하게 모집하기 위해 토지 사용권원을 실제보다 많이 확보한 것처럼 알리기로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20년 8월 조합원 모집 공고문에 사업 대상지의 토지 사용권원 확보 비율이 52.75%라고 적어 모 일보에 게재했다. 그러나 당시 실제 확보 비율은 16.45%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021년 3월에도 다시 공고문을 내면서 확보 비율을 64.66%라고 기재했지만 실제 비율은 24.46%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토지 소유권 확보 비율을 기재하지 않은 채 사용권원 확보 비율만 불명확하게 알린 행위 등을 두 차례의 주택법 위반 행위로 인정했다.

투자자에 대한 구체적인 범행 내용도 판결문에 적시됐다. 두 사람은 2020년 9월 조합원 모집 홍보관에서 홍보업체 직원을 통해 투자자에게 토지 소유권과 사용권원 비율을 허위로 알렸고, 이에 속은 투자자는 조합원 분담금 등 명목으로 한 달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피해 규모가 개별 피해자 수준을 넘어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보았다. 실제 A씨와 B씨는 위 투자자를 포함해 2021년 6월까지 피해자 237명으로부터 총 144억1350만원을 송금받았으며, 병합 사건을 합칠 경우 전체 피해액은 15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이 거액의 재산상 손해뿐만 아니라 장기간 사업 지연에 따른 유·무형의 피해까지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지구단위계획구역지정동의서도 사용권원 확보 서류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을 뿐, 기망의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B씨 측은 A씨의 부탁으로 명목상 위원장을 맡았을 뿐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거나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토지 사용권원 확보율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성패와 가입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설명한 '50% 이상'과 달리 실제 확보율은 약 20%에 불과했다는 점을 짚으며,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관한 동의만으로는 주택법상 토지 사용권원을 확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인들이 과거 다수의 유사 사업 경험이 있고 내부 보고서에 두 서류를 구분해 기재한 점을 들어, 수치 조작의 의미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와 피해 규모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 회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회복 노력도 부족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 등은 고려됐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 B씨는 별도의 폭행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B씨는 지난해 6월 광진구의 한 건물 인근에서 벽보 부착을 제지하던 다른 지역주택조합 관계자를 신체적으로 위력을 가해 밀친 혐의를 받았으며, 법원은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 부분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