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삼킨 호가창… 무너져 내린 주가 '생명선'
'빅쇼트' 마이클버리의 서늘한 경고… "독약 같은 재고 폭탄 닥칠 수도"
캐시우드도 엔비디아 주식 모두 내던져
공포에 던질 것인가, 15년 뒤 미래를 살 것인가
'빅쇼트' 마이클버리의 서늘한 경고… "독약 같은 재고 폭탄 닥칠 수도"
캐시우드도 엔비디아 주식 모두 내던져
공포에 던질 것인가, 15년 뒤 미래를 살 것인가
[파이낸셜뉴스] "여보, 앞동 지우네는 엔비디아로 아파트 샀다는데... 뉴스 보니까 유명한 사람들이 지금 다 팔고 도망친대. 우리 은퇴 자금 들어간 건 진짜 괜찮은 거야?"
일요일 밤, 출근 준비를 하던 40대 가장의 가슴에 아내의 한마디가 비수처럼 꽂힌다.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켜자, 한때 '신(神)비디아'로 불리며 시장을 호령하던 엔비디아(NVDA)의 주가창에 시퍼런 피멍이 들어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지금 안 사면 벼락 거지 된다"며 조급증을 내던 서학개미들의 단톡방에는 이제 "닷컴 버블처럼 터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 섞인 탄식만 가득하다.
끝을 모르고 치솟던 호가창의 꼭대기에 15년 뒤의 은퇴를 걸었던 40대 가장들의 시계가 거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감정에 휩쓸려 매도 버튼을 누르기 전, 지금 시장을 짓누르는 거대한 악재들의 실체와 차가운 팩트를 마주해야 할 때다.
■ 이란 전쟁의 불길과 200일선의 붕괴… 167달러의 공포
현재 엔비디아 주주들을 덮친 가장 큰 공포는 차트가 보여주는 '추세의 붕괴'다. 이란과의 갈등 장기화와 유가 급등이라는 거시적 폭탄이 떨어지며 반도체 섹터 전반에 매도세가 쏟아지고 있다. 그 결과, 3월 28일 기준 엔비디아 주가는 장기 추세의 생명선으로 불리는 '200일 이동평균선'마저 허무하게 뚫고 내려가며 167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다. 주가 하락의 바닥을 가늠하기 힘든 '기술적 패닉'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여기에 기술적인 악재도 기름을 부었다. 최근 구글이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줄인 AI 기술 ‘터보 퀀트’를 공개하면서, 폭발적이었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칩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강타했다.
■ 마이클 버리의 '시스코 경고'와 캐시 우드의 '엑소더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것은 월가 거물들의 냉혹한 움직임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견했던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엔비디아의 재무 상황에 날 선 경고를 날렸다.
버리가 주목한 것은 무려 952억 달러(약 137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배 가까이 폭증한 '구매 약정(의무)' 금액이다.
엔비디아가 수요를 확인하기도 전에 TSMC 등의 장기 계약 요구에 밀려 천문학적인 칩 구매를 먼저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상황을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당시 수요 급감으로 재고를 떠안고 몰락했던 '시스코 시스템즈'에 빗대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마저 주요 ETF에서 엔비디아 주식 15만 4441주(약 2660만 달러)를 일제히 팔아치우며 시장의 불안감에 쐐기를 박았다.
■ "버블의 붕괴" vs "단기적 노이즈"… 쪼개진 전문가들
거물들의 경고와 200일선 붕괴를 두고 여의도와 월가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의 반도체 수석 애널리스트는 익명을 전제로 "마이클 버리의 지적을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만약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매크로가 얼어붙고 빅테크들의 AI 투자가 한 박자 쉬어간다면, 엔비디아가 선주문한 952억 달러의 약정은 고스란히 독약 같은 '재고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 200일선 붕괴는 이 리스크를 시장이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단기적인 공포가 펀더멘털을 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지난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급증한 681억 달러를 기록했다. 952억 달러의 구매 약정은 재고 리스크가 아니라, 내년까지 확정된 막대한 고객사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필수적인 '공급망 장악력'의 증거"라며 "전쟁 등 거시적 노이즈가 걷히면 AI 인프라 구축이라는 메가 트렌드는 다시 주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 대폭락의 전조인가, 위대한 기업의 성장통인가
결국 정답은 미래의 호가창만이 알고 있다. 지금의 하락이 2000년 시스코가 겪었던 끔찍한 버블 붕괴의 전조인지, 아니면 과거 애플과 아마존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수없이 겪었던 일시적 성장통일지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여보, 우리 은퇴 자금은 괜찮은 거야?"라는 아내의 서늘한 질문에 가장이 내놓아야 할 답은 흔들리는 주가 예측이 아니다. 우리가 15년의 은퇴 시계를 걸었던 이유가 '단기 차익'이었는지, 아니면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대한 확신이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할 시간이다.
만약 마이클 버리의 시스코 경고가 현실이 될 것이라 믿는다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내일 당장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란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당신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200일선이 무너진 오늘 밤엔 과감하게 HTS를 끄고 잠을 청하자. 가장의 묵직한 은퇴 시계는 남들이 공포에 질려 던지는 파란불 속에서도 묵묵히 15년 뒤를 향해 흘러가고 있으니까.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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