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정책이 법원의 제동에도 방향을 바꿔가며 이어지고 있다. 상호관세가 위법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행정부는 기존 무역법 조항을 활용해 '우회 관세' 재가동에 나섰다.
핵심은 미국 무역법 301조와 무역법 122조다. 전자는 고율·지속형 관세, 후자는 단기·긴급 관세로, 두 축을 결합한 새로운 관세 체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제동 이후 '플랜B'…보편 관세에서 표적 관세로
지난 2월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기반했던 상호관세 조치의 법적 근거를 위법 판단하고 무효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전환점을 맞았다.
의회의 추가 승인 없이 대통령 권한으로 발동 가능한 기존 무역법 조항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정책의 무게 중심도 전면적 관세에서 법적 정당성을 갖춘 표적 관세로 이동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나 불공정 무역 등 기존 법률이 인정하는 사유를 전면에 내세워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보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법적 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정책 추진 속도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언론들은 관세 전략의 재설계로 평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분석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존 무역법 조항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122조 관세 징검다리 후 '더 센' 301조 관세…'상호관세 2.0'
핵심 수단은 미국 무역법 301조다.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미 1기 행정부 당시 대중(對中) 관세의 근거로 활용됐지만, 이번에는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3월 11일 한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인도 등 16개 주요 교역국을 겨냥한 301조 조사가 개시됐다. 3월 12일엔 한국, 일본, 중국, EU 등 60곳을 상대로 강제노동 근절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별도의 무역법 301조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조사가 필요한데 이를 7월 말 전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이는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부과를 시작한 '글로벌 관세'가 의회 승인 없이는 최대 150일 동안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호관세를 대체한다는 목표를 감안하면, 301조 조사 결과에 따른 관세율은 기존 무역 합의와 유사하거나 같은 수준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 국가는 더 가혹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조사 시간의 단점만 제외하면 301조 자체가 기존 IEEPA 관세보다 트럼프에게 더욱 편리한 관세 도구여서다.
기존 IEEPA 기반 관세는 국가 안보에 실질적 위협이 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해 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받았지만 301조는 안보와 관계없이 상대국의 정책이 '불공정'하거나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준다'는 판단만 있으면 즉각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관세율 상한선'이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301조 관세가 상호관세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특유의 독단적 무역 정책이 재부각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보다 앞서 무역법 122조를 활용한 긴급 관세(글로벌 관세)는 상호관세가 사라진 지난 2월 하순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국제수지 악화 등 긴급 상황을 이유로 광범위한 각국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를 15%로 상향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위법 논란과 함께 즉각 소송이 제기됐는데, 어차피 7월 말까지 150일만 임시로 가동할 전략인 만큼 그보다 일찍 나오기 쉽지 않은 패소 여부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할 전망이다.
무역법 122조와 301조 관세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자동차, 철강 등 주요 품목별 관세를 부과 중이며, 이는 상호관세 무효화 이후에도 건재하다. 반도체와 의약품 등 추가 품목에 대한 부과 절차도 진행 중이다.
결국 대법원의 제동에도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무기를 보강해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년간 겪었던 극도의 불확실성이 다시 세계 경제를 몸서리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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