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무난한 승리가 6-7 대역전패로… 작년의 뼈아픈 악몽 재현한 개막전
2024년 우승 주역에서 2025년 최다 삭감자로… 정해영이 짊어진 왕관의 무게
"우리 구장에서 안 좋은 것 알았다" SSG 오태곤의 뼈아픈 한마디
끝까지 믿음을 보냈던 이범호 감독, 피할 수 없는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나
2024년 우승 주역에서 2025년 최다 삭감자로… 정해영이 짊어진 왕관의 무게
"우리 구장에서 안 좋은 것 알았다" SSG 오태곤의 뼈아픈 한마디
끝까지 믿음을 보냈던 이범호 감독, 피할 수 없는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나
[파이낸셜뉴스]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경기를 내어주는 것만큼 벤치와 팬들의 진을 빼놓는 일은 없다. 그것도 겨우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절치부심 준비했던 정규시즌 개막전이라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다. 비난의 화살을 쏘아 올리기 이전에, 너무도 익숙해서 더 아프게 다가오는 지독한 기시감에 깊은 안타까움이 먼저 밀려온다.
지난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6시즌 개막전. KIA 타이거즈는 에이스 제임스 네일의 6이닝 무실점 완벽투와 타선의 집중력을 묶어 6회까지 5-0으로 앞서 나갔다. 완벽한 승리 공식이었다.
하지만 7회부터 믿기 힘든 붕괴가 시작됐다. 야심 차게 영입했던 김범수가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무사 만루를 내주며 흔들리더니, 기어코 9회말 6-3 상황에서 올라온 '프랜차이즈 마무리' 정해영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선두타자 볼넷과 2루타, 그리고 오태곤에게 맞은 2타점 적시타. 결국 벤치는 5-6 턱밑까지 쫓기자 마무리 투수를 강판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뒤이어 올라온 조상우마저 제구 난조 끝에 폭투로 허무한 6-7 대역전패의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마운드를 내려가는 정해영의 쓸쓸한 뒷모습이다. 마무리 투수는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상대에게 짙은 '위압감'을 심어주어야 하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이날 9회말 적시타를 때려낸 SSG 오태곤은 경기 후 "정해영 투수가 우리 홈구장에서 좋지 않은 걸 알고 있었고,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대가 두려움 대신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선다는 것, 이것이 현재 정해영이 마주한 가장 잔인하고도 뼈아픈 현실이다.
정해영은 명실상부한 호랑이 군단의 심장이다. 선동열을 뛰어넘어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고, 2024년에는 31세이브 평균자책점 2.49로 구원왕에 오르며 팀에 통합우승을 안겼다.
하지만 2025년의 정해영은 깊은 수렁에 빠졌다. 7개의 블론세이브(리그 2위)를 기록했고, 승부처였던 7월과 8월에는 평균자책점이 6.23, 9.00까지 치솟으며 팀의 8위 추락을 벤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볼넷과 피홈런은 줄었지만,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이 0.401까지 비정상적으로 치솟으며 지독한 불운과 구위 저하에 시달렸다. 결국 올겨울 팀 내 투수 고과 최다인 '6,000만 원 삭감'이라는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누구보다 독기를 품고 준비한 2026시즌이었다. 이범호 감독 역시 지난 마무리 캠프부터 "우리의 마무리는 정해영"이라며 흔들림 없는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가진 상징성과 그가 팀에 헌신했던 지난날의 영광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사령탑은 그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개막전부터 가장 우려했던 '방화'가 발생하며 벤치의 고심은 깊어지게 됐다. 이날 9회 1사 상황에서 마무리 정해영을 빠르게 교체한 이범호 감독의 움직임은, 지난해 불펜 붕괴로 겪었던 뼈아픈 실패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절박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투수에게, 특히 마무리에게 찾아온 슬럼프는 기술적인 문제보다 멘탈의 붕괴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잔인한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정해영은 다시 호랑이 군단의 수호신으로 포효할 수 있을까. 만약 이 불안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형님 리더십'으로 똘똘 뭉친 이범호 감독 역시 팀의 명운을 위해 상상보다 훨씬 빠르고 냉정한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작년 여름부터 계속 문제가 됐던 부분이기때문에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호랑이 군단의 2026년 봄이, 시작부터 얄궂은 시험대에 올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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