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美, 지상전 준비에 '친이란' 후티 참전… 홍해까지 막히나 [美-이란 전쟁]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9 19:12

수정 2026.03.29 21:17

4월 대규모 병력 투입이 분수령
장기전 가면 글로벌 경제 치명타
美 전역 800만명 반전 시위 나서
궁지 몰린 트럼프 확전·협상 고심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메트로폴리탄 구금센터 밖에서 열린 '노 킹스(No Kings)' 집회 도중 최루가스를 맞은 한 시위 참가자가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이날 노 킹스 시위는 미국 50개 모든 주에서 3100건 이상 열렸다. 이번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이란 전쟁 중단을 요구했다. EPA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메트로폴리탄 구금센터 밖에서 열린 '노 킹스(No Kings)' 집회 도중 최루가스를 맞은 한 시위 참가자가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이날 노 킹스 시위는 미국 50개 모든 주에서 3100건 이상 열렸다. 이번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이란 전쟁 중단을 요구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이 한 달을 넘긴 가운데 전선이 교착 상태에 머물고 있다. 4~6주 단기전을 예상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구상과 달리 장기전 양상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미 해군 상륙 부대와 지상군이 페르시아만 일대에 집결하며 4월 대규모 병력 투입 여부가 향후 전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확전 시 요구되는 막대한 병력 규모와 천문학적 비용, 호르무즈 해협 및 홍해 물류 마비로 인한 글로벌 경제 타격이 트럼프 행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쟁 장기화가 세계 경제를 억누르는 '뉴노멀' 구조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170만 병력 필요한 이란 지상전

개전 초기 미군은 공군력과 정밀 타격으로 신속한 무력화를 시도했으나 이란의 험준한 지형과 비대칭 전력에 막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에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해군 상륙준비단(ARG)과 해병 원정대(MEU) 소속 수만명의 병력을 페르시아만 인근으로 전진 배치하며 지상전 카드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면적인 지상군 투입은 막대한 규모의 희생과 비용이 든다. 이란의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약 7.5배, 이라크에 3.7배에 달하고 인구 8900만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본토 장악을 위해서는 2003년 1차 이라크전 당시 투입된 병력인 30만명(미군 15만명과 연합국군대 포함)을 크게 뛰어넘는 규모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 국방부 및 브루킹스 연구소가 지난 2009년 발표한 '이란으로 가는 길'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전면 점령 및 안정화에는 최소 140만~170만명의 대규모 지상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방부가 이란에서 수주일에 걸친 지상 작전을 준비 중이며 수주짜리 작전이 수개월 걸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수만명 단위의 상륙 부대로 해안가 주요 원유 시설이나 전략 거점을 장악하는 제한적 특수 작전에 그치더라도 끝을 알 수 없는 장기 소모전의 늪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호르무즈·홍해 동시 마비 우려

전장 교착은 글로벌 경제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위기를 일상으로 만들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호국 선박이나 비군사적 화물만 제한적으로 통과시키는 선별적 지연 전술을 택했다. 동시에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향한 공격 수위를 끌어올리며 이중 봉쇄망을 구축하고 있다. 두 해협을 통과하는 세계 물동량은 20~30%에 달한다.

후티는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모두 요격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분쟁이 걸프 전반으로 확산 단계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중동 해역을 통과하는 대형 원유운반선의 전쟁위험보험료는 분쟁 이전 대비 10배 이상 폭등했다. 선사들의 우회 항로 채택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와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에 고강도 인플레이션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후티발 위기의 고조는 중동의 지정학적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홍해 물류가 완전히 봉쇄될 경우 막대한 경제 타격이 불가피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응도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사우디의 경제 다각화를 위한 '비전 2030'의 핵심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등이 홍해 연안에 집중된 만큼 예멘 내전을 재개하거나 대이란 전선에 직접 참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후티가 아직까지는 홍해 쪽으로 군사 행보에 나서지 않고 이스라엘에만 산발적으로 원거리 미사일 공격에만 그치고 있다.

■커지는 비판, 트럼프의 딜레마

트럼프는 당초 공언했던 4~6주 단기전 프레임이 깨지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지상군을 대규모로 투입해 미군 사상자가 급증하면 선거판이 요동칠 수 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조기 종전을 추진하면 '명분 없는 굴복'이라는 보수층(MAGA·마가)의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트럼프는 "협상을 원하는 쪽은 이란"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 충격과 장기전의 피로감은 여론을 악화시키며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상승에 지친 시민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트럼프 지지율은 재집권 후 최저인 36%까지 떨어졌다.

이날 워싱턴 등 미국 전역에서는 주최 측 추산 800만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의 반전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는 '노 킹스(왕은 없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헌법적 동의 절차를 우회한 트럼프의 독단적인 전쟁 수행을 규탄했다.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