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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참패에도 "긍정적"인 부분 있다는 홍명보 감독… 스리백 고집, 아집 아닌 확신이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9 19:53

수정 2026.03.29 20:15

한국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영국 밀턴킨스 스타디움 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 입장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영국 밀턴킨스 스타디움 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 입장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 축구사의 기념비적인 1000번째 A매치가 0-4라는 뼈아픈 참패로 얼룩졌다. 그러나 사령탑의 시선은 좌절보다는 '수확'과 '성장'을 향해 있었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의 첫 모의고사에서 코트디부아르에 무너진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수비 조직력의 허점을 인정하면서도, 본선을 겨냥한 스리백 전술을 끝까지 가다듬겠다는 뚝심을 드러냈다.

영국 밀턴킨스에서 치러진 코트디부아르전 직후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은 홍 감독은 "실점 장면에서는 명백히 부족한 점이 노출됐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확인했다"고 입을 열었다. 0-4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보드 앞에서도 그는 "잘된 부분은 계속해서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며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상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가상한 이번 스파링에서 완패하며 팀 안팎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법도 하지만, 사령탑의 철학은 확고했다.

홍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전술과 선수 조합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며 "승리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면 좋았겠지만, 패배를 통해 배울 점도 분명히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장의 결과보다는 본선을 향한 과정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홍명보 감독.연합뉴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홍명보 감독.연합뉴스

홍 감독이 진단한 패인은 명확했다. 공수 양면의 효율성 저하다. 그는 "공격에서는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수비에서는 일대일 경합에서 밀려 실점을 허용했다"고 짚었다. 지독했던 세 번의 골대 불운과 대인 마크 실패로 인한 뼈아픈 실점 장면들을 냉철하게 돌아본 것이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그라운드 위에서 약속된 플레이가 일부 구현되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선수들이 사전에 약속했던 공수 전환(트랜지션) 과정은 잘 따라주었다"고 평가하며, 교체 투입되어 활발한 돌파를 보여준 양현준의 공격 전개를 이날의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처참하게 뚫려버린 스리백 전술에 대한 홍 감독의 변함없는 신뢰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익숙한 포백으로의 전환에 대해 그는 "변화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가 더 성장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힘주어 말하며, 임시방편으로 타협하기보다는 큰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스리백의 완성도를 끝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28일(현지시간) 영국 밀턴킨스 스타디움 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세번째 실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뒤쪽으로 코트디부아르 선수와 팬들이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28일(현지시간) 영국 밀턴킨스 스타디움 MK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세번째 실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뒤쪽으로 코트디부아르 선수와 팬들이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홍 감독은 "양 측면 풀백의 위치가 낮아지며 공격 전개가 원활하지 못했다"고 이날의 전술적 패착을 스스로 시인했다. 그러면서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든다. 오늘 잘 안됐던 부분을 개선해서 공수 양면을 좀 더 디테일하게 가다듬겠다"며 대대적인 조직력 재건을 예고했다.

스포츠에서 실패는 피할 수 없지만, 실패를 대하는 태도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역사적인 1000번째 경기에서 맛본 쓴잔이 단순한 상처로 남을지, 아니면 위대한 도약을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 될지는 전적으로 대표팀이 이 패배를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달렸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써 내려간 오답 노트의 진가는 반드시 다음 시험에서 드러나야만 한다. 참패의 짐을 안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동하는 홍명보호는 오는 4월 1일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두 번째 평가전에 나선다.


홍 감독이 참패 속에서 찾아낸 '긍정의 불씨'와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스리백의 디테일'이 그라운드 위에서 어떻게 증명될지, 이제는 차분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켜볼 때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