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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있나" 네일 빼고 다 무너졌다… 중심이 꺾인 KIA 마운드, 잔인한 개막 2연전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9 20:26

수정 2026.03.29 20:25

29일 이의리 2이닝 4실점·황동하 1.1이닝 6실점… 초반 9-0 충격의 붕괴
'20억 이적생' 김범수 0아웃 3실점, 조상우·정해영까지… 흔들리는 뒷문
3선발·핵심 셋업맨·마무리 동반 부진… '마운드 중심축' 붕괴라는 가장 뼈아픈 적신호
시작부터 덮친 거대한 암초… 이범호 감독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의리.KIA 타이거즈 제공
이의리.KIA 타이거즈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럴 수가 있나."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의 입에서, 그리고 벤치를 지키는 코칭스태프의 입에서 터져 나온 짙은 탄식이다.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이번 시즌을 준비했음을 알기에 날 선 비난보다는 깊은 안타까움이 먼저 밀려온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너무도 차갑고 잔인하다. 개막 직후 KIA 타이거즈의 마운드가, 그것도 팀을 지탱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중심축'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29일 경기는 현재 KIA 마운드가 처한 참담한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한 판이었다.

선발로 나선 '좌완 에이스' 이의리는 불과 2이닝 동안 3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4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수술의 터널을 지나 완벽한 부활을 알렸던 시범경기의 호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김범수.KIA 타이거즈
김범수.KIA 타이거즈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의리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황동하마저 1.1이닝 동안 무려 6실점을 헌납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경기 초반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9-0. 사실상 승부는 거기서 끝이 났다. 타선이 경기 후반 사력을 다해 6점을 따라붙었지만, 이미 너무 크게 벌어진 상처를 덮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발이 초반에 무너지면 야수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야구의 뼈아픈 진리가 다시 한번 증명됐다.

선발진의 균열보다 더 뼈아픈 것은 뒷문의 붕괴다. 현재 KIA 마운드에서 제 몫을 해주고 있는 투수는 사실상 에이스 제임스 네일 단 한 명뿐이다.

개막전의 상처는 너무도 깊었다. 3년 20억 원이라는 금액표와 함께 야심 차게 영입한 셋업맨 김범수는 아웃카운트를 단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3실점 하며 고개를 숙였다. 여기에 아픈 어제를 뒤로하고 절치부심했던 조상우 역시 작년의 부진한 흐름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 ⓒ 뉴스1 김도우 기자 /사진=뉴스1
KIA 타이거즈 정해영. ⓒ 뉴스1 김도우 기자 /사진=뉴스1

무엇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수호신' 정해영의 방화다. 작년 시즌 7개의 블론세이브로 맘고생을 했던 그는 개막전부터 다 잡았던 승리를 날려버리며 거대한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됐다.

시즌 초반 몇 경기를 내줄 수는 있다. 타격 사이클이 떨어져서 질 수도 있고, 운이 따르지 않아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마운드가, 그것도 팀의 '척추'가 흔들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현재 무너지고 있는 투수들의 면면을 보라. 3선발 이의리, 핵심 셋업맨 김범수와 조상우, 그리고 마무리 정해영이다. 대체 선발이나 추격조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KIA 타이거즈가 2026시즌을 구상하며 가장 단단하게 세워두었던 마운드의 기둥들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중심축이 버티지 못하는 팀은 긴 페넌트레이스라는 거친 항해를 결코 이겨낼 수 없다.

조상우
조상우

가장 안 좋은 징조가 시즌 시작과 동시에 호랑이 군단을 덮쳤다.
"선수들을 믿는다"며 따뜻한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온 이범호 감독의 시름도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질 수밖에 없다. 끝까지 믿음으로 선수들의 반등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마운드 대개편이라는 피 튀기는 결단을 내릴 것인가.

아직 찬 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끝자락, KIA 타이거즈가 너무도 거대하고 차가운 암초와 마주했다.
이 잔인한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이범호 감독과 호랑이 군단의 진정한 시험대가 이제 막 막을 올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