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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중 카페리 '터줏대감' 정상영 연운항훼리 사장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9 21:42

수정 2026.03.29 21:42

“바다는 늘 새로운 길을 만든다”..연운항훼리와 23년 인연
한·중 카페리 '터줏대감' 정상영 연운항훼리 사장


[파이낸셜뉴스] 정상영(71·사진) 연운항훼리㈜ 사장이 오는 31일 퇴직한다. 사장으로 근무한 지 23년, 한중카페리업계 최장 기록이다. 업계에선 한중카페리업계의 '숨은 견인차' '터줏대감'으로 불리며, 그를 빼놓고는 한중카페리산업을 논할 수 없다는 말까지 들린다.

과거 한중카페리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위동항운의 초대 사장인 이종순씨, 한중훼리의 박원경 전 사장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정 사장 만큼 오래 근무하지는 못했다.

이종순씨는 19년(1990-2008)년, 박원경씨는 16년(2000-2015년)간 사장직을 맡았다.

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의 고위직을 지낸 이들이 화려하고, 다소 '요란'했다면 민간 출신인 정 사장은 묵묵히 물밑에서 업계 현안을 뒷바라지 해왔다는 평을 받는다. 다음은 정상영 사장과의 일문일답.

- 흥아해운㈜에서 홍콩, 중국, 베트남 업무를 도맡아 하시다가 연운항훼리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 흥아해운에서 연운항훼리 창립 실무작업을 책임지고 했다. 당시 이윤재 흥아해운 회장이 사내 전무들을 배려해 이들에게 사장 자리를 주려고 자회사를 여럿 만들 때였다. 당시 사장으로 내정된 인사가 연운항훼리 규모가 작다며 안가려고 하다보니,니 "그러면 회사를 만든 사람이 가라"고 해 제가 맡게 됐다.

- 어쨌든 장쑤성 롄윈강항과 오랜 인연을 맺게 됐다. 이 도시의 특징을 평가한다면.

▲ 공산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보수적인 곳이다. 다른 항만도시에 비해 개방도 늦었고, 시민들 자부심이 강해 원칙대로 업무를 처리한다. 부조리나 퇴폐 주점 같은 것 없다. 그러다보니 관광객은 많이 없지만 무역도시로서 근무하기에는 좋았다.

- 사업 초창기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 2004년 연운항훼리 취항과 동시에 사장을 맡았다. 사람도 '중고'지만 배도 선령 12년의 중고였다. 그 '자옥란호'를 이후 18년간 운항했다. 못해도 햇수 만큼은 고장이 난 걸로 기억한다. 경쟁선사들이 노골적으로 영업을 방해하는 등 텃세도 심했다. 그나마 홍콩 근무 시절부터 중국어를 꾸준히 익혀와 중국합작사와의 협력, 무역이나 통관 업무 처리에 장애가 없었던 점은 다행이었다.

- 기억에 남는 일을 들자면.

▲ 기존 인천~연운항 주 2항차, 평택~연운항 주 2항차 운항 체계에서 2010년 말 카페리 선박을 추가 투입해 각각 주 3항차로 확대 운항을 추진한 일이 생각난다. 이는 단순한 운항 확대가 아니라 화물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와 고객 서비스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그 결과 물동량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고객 만족도가 향상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며, 회사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과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 한·중 카페리 사업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 한·중 카페리는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양국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류 통로다.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운영하는 복합적인 사업 구조이기 때문에 운영의 난이도는 높지만 그만큼 사회적·경제적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양국 간 인적 교류, 관광, 물류를 동시에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외부 환경 변화나 정책적 변수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지만 그 속에서도 안정적인 운항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한중카페리 사업은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전략적 산업임에 틀림 없다.

정상영 사장은 부산 태생으로 바다를 접하며 성장했다. 1980년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흥아해운에 입사하면서 해운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부산대 무역학과 출신으로는 얼마 전 퇴직한 에이치라인해운의 서명득 사장이 있다.

- 서명득 사장과는 어떤 관계인지.

▲ 대학시절부터 알고 술도 마시며, 참 친하게 지낸 동기동창이다. 그 친구는 당시 포항제철에 입사해 물류 관련업무를 맡았고, 저는 흥아해운에 들어갔다. 그런데 20여년 후 바다에서 다시 만나 선사 대표를 하고,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퇴직하게 됐다. 서 사장은 지금도 한번씩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다.

- '바다는 늘 새로운 길을 만든다'며 창의적으로 일할 것을 강조해온 것으로 안다. 업무 철학을 꼽는다면.

▲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든 실제 현장을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얻는 정보와 경험은 훨씬 더 정확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다. 오랜 기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 원칙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고, 지금까지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두번째는 부정한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 '세월호 참사' 수사할 때 다수의 선사 사장들이 하역업체 등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았다. 나에게도 여러 업체들로부터 다양한 '제의'가 왔지만 전부 거절했다. 당시 대통령표창을 받는 것이 소원인 선사 사장님도 계셨는데, 그 때 벌금형을 받아 결국 무산됐다. 부정을 멀리 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 한 것이 제가 오랫동안 사장으로 재직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 생각한다.

- 한국 세관·출입국·검역(CIQ)에 대해 말이 많다. 중국 CIQ는 새벽 1, 2시에 배가 들어와도 처리를 해주는데, 한국 CIQ는 유연하지 않다는 불만의 소리가 많은데.

▲ 일정 부분 그런 측면이 있다. 국가적인 조직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주면 한·중카페리산업이 더 활성화될 것이다. 공항은 24시간 운영을 한다. 항만 운영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퇴임을 앞둔 소회와 향후 바람은.

▲ 아쉬움도 있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쌓아온 시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더 크다. 많은 분들에게 신세를 졌다. 사업 초기 경쟁사들의 방해로 어려울 때 도와준 분들이다.
지금 돌아보면 개인의 경력이라기보다 산업의 흐름과 함께 성장해 온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한·중카페리업계는 계속 변화할 것이고, 그 속에서 새로운 과제들이 나타날 것이다.
후배들이 이러한 변화에 잘 대응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한중카페리 산업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구조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