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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 이렇게 쓰면 욕먹는다… 2연속 ‘리버스 스윕’ 사상 초유의 대업, 현캐가 증명한 ‘왕의 귀환’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9 22:31

수정 2026.03.29 22:31

2경기 연속 ‘0-2→3-2’ 리버스 스윕… 소설보다 더 잔인하고 위대했다
39점 폭발시킨 ‘황제’ 레오와 허수봉… 장충의 4세트 41-39 혈투를 끝내다
‘이시우 타임’의 서브 마법과 바야르사이한의 벽… 위기마다 터진 조커들
‘귀중한 3일 휴식’ 벌었다… 체력 충전 마친 현대, 대한항공과 끝장승부
현대캐피탈이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연합뉴스
현대캐피탈이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것은 스포츠인가, 아니면 신이 각본을 쓴 드라마인가.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이 배구 역사에 길이 남을 기적을 완성하며 챔피언결정전 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두 경기 연속 세트스코어 0-2를 3-2로 뒤집는 ‘리버스 스윕’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업이다.

현대캐피탈은 2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우리카드를 꺾고 시리즈 전적 2승으로 생존했다.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현대캐피탈은 이제 4월 2일, 대한항공이 기다리는 인천으로 향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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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역시 레오였다.

레오는 무려 39득점을 쏟아부으며 장충의 코트를 지배했다. 특히 4세트, 39-39라는 유례없는 초장기 듀스 혈투 속에서도 레오의 스파이크는 식지 않았다. 상대 주포 아라우조와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마지막 오픈 공격을 꽂아 넣었을 때, 승부의 저울추는 이미 현대캐피탈로 기울었다.

여기에 ‘클러치 가이’ 허수봉이 27점을 지원하며 힘을 보탰다. 위기 때마다 터진 허수봉의 서브와 퀵오픈은 우리카드의 추격 의지를 꺾기에 충분했다. 현대캐피탈이 자랑하는 이 ‘쌍포’의 화력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대한항공을 위협할 가장 강력한 무기다.

아라우조의 공격을 허수봉이 막아서고 있다.연합뉴스
아라우조의 공격을 허수봉이 막아서고 있다.연합뉴스

기록지 너머의 승부처에는 조연들의 눈부신 활약이 있었다. 부상으로 빠진 최민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투입된 바야르사이한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4득점을 올리며 중앙을 든든히 지켰다. 대체 자원 그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준 그의 활약은 현대캐피탈이 3세트부터 반격을 시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압권은 5세트였다. 7-9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순간, ‘서브 스페셜리스트’ 이시우가 투입됐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은 맹렬한 궤적을 그리며 우리카드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고, 현대캐피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4연속 득점을 뽑아내며 11-9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 짧지만 강렬했던 ‘이시우 타임’이 사실상 챔피언결정전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아라우조와 레오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아라우조와 레오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27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의 경기,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득점에 포효하고 있다.뉴시스
27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의 경기,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득점에 포효하고 있다.뉴시스

이번 2차전 승리가 값진 이유는 단순히 결승 진출 때문만이 아니다. 3차전까지 가지 않고 시리즈를 끝내면서 현대캐피탈은 귀중한 ‘3일의 휴식 시간’을 벌었다.

두 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치르며 바닥난 체력을 회복하고, 대한항공의 전력을 분석할 수 있는 확실한 물리적 시간을 확보한 것이다.
현대캐피탈 팬들은 이제 잠을 이룰 수 없다. 0-2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선수들의 투혼,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대한항공과의 진검승부. 사상 초유의 2연속 리버스 스윕을 일궈낸 현대캐피탈의 ‘기적의 DNA’가 과연 인천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까.

이제 챔피언결정전이다.
"우리는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한 현대캐피탈의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