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통신, K AI 대전환
국내 가입자 아옹다옹 경쟁에서 AI로 지평 넓혀
3사 각자 다른 길...수익성 확보가 성패 가를 듯
[파이낸셜뉴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이 경쟁체제로 전환된 지 42년만에 시장의 경쟁 방식이 차별적 인공지능(AI) 사업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통적 내수산업의 특성 때문에 가입자 확대를 위한 보조금 경쟁에 몰입하던 통신 3사의 경쟁방식이 AI 대전환기에 맞춰 인프라·플랫폼·서비스 경쟁으로 경쟁축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가입자 아옹다옹 경쟁에서 AI로 지평 넓혀
3사 각자 다른 길...수익성 확보가 성패 가를 듯
3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일제히 주주총회와 최고경영책임자(CEO) 교체 등 조직정비를 마무리하고, ‘AI기업으로 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실행 단계로 본격 전환한다.
통신 3사의 AI전략은 과거 국내 가입자 쟁탈전이라는 동일한 전략과는 달리 3사의 차별적 전략과 서로 다른 경로를 택하고 있다. 지난해 통신3사가 일제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탓에 네트워크 보안 강화와 이용자 신뢰회복 등 밀린 숙제를 AI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강력히 내비치고 있다.
KT "기업AX 혁신 동반자"...네트워크도 AI가 운영
KT는 31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박윤영 사장을 공식 선임, 5개월여간의 경영공백을 끝내고 AI컴퍼니로의 전환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KT는 ‘AI 전환(AX)’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업·공공 시장 중심의 AI플랫폼 전략을 제시했다. AI를 활용한 기업 생산성 혁신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KT AI사업전략의 핵심은 AI 운영체제(OS) 개념의 ‘에이전틱 패브릭’이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AI 에이전트를 생성하고, 업무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객센터(AICC), 공공기관 민원 처리, 금융 상담 등 실제 업무 환경에 적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기존 통신회선 중심의 매출 구조를 소프트웨어 기반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네트워크를 파는 기업에서 ‘업무를 자동화해주는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최고의 유·무선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는 KT는 자체 인프라 측면에서도 AX를 병행하고 있다. AI가 네트워크를 지능적으로 운영하는 ‘AI-포-네트워크’와 AI 서비스 요구를 충족하는 ‘네트워크-포-AI’를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며, 6세대(6G) 이동통신을 ‘AI 네트워크’로 정의했다. 위성·지상 통합망과 양자암호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통신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AI 인프라 패권 노리는 SKT...풀스택 전략으로 글로벌 정조준
SK텔레콤은 AI 모델부터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GPU까지 전 영역을 통합하는 ‘풀스택 AI’를 내세워 공격적인 AI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존 통신망을 기반으로 AI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통신 3사 중에는 유일하게 '국가대표 AI'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초거대 언어모델 ‘A.X’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AIDC), GPU 서비스(GPUaaS), AI 클라우드를 결합해 인프라 자체를 사업화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인프라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전통 내수산업의 통신시장 영역을 글로벌로 확장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차세대 AI데이터센터에 전력·냉각 효율을 극대화한 설계를 통해 AI 연산 비용을 낮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 글로벌 통신사 연합과 협력해 ‘소버린 AI’ 모델을 확산시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국가별 데이터 규제 환경에 맞춘 AI 인프라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LG유플러스, 체감형 AI서비스 전략...고객 경험과 보안 강화
LG유플러스는 고객경험(CX)과 보안 중심, 그룹 계열사간 협력 시너지 확보를 AI 전략으로 내세워 차별화에 나선다. 대규모 인프라와 투자는 그룹 차원에서 협력하고, LG유플러스는 소비자가 일상에서 느끼는 체감서비스로 승부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선 초개인화 음성 AI와 통화 기반 서비스 ‘ixi-O’를 내세워 사용자의 통화 맥락을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일상생활 속 AI 서비스를 집중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이 계열사 역량을 결집하는 '원 LG' 전략 아래 AIDC 사업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도 LG유플러스의 숙제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지난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LG유플러스 AI DC만의 핵심 경쟁력은 그룹 역량을 결집한 ‘원 LG’ 시너지”라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최첨단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AI를 활용한 보안 강화도 LG유플러스의 주요 전략이다. 보이스피싱 방지 기술, 이상 통화 탐지 시스템 등 실생활과 밀접한 영역에서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불안부터 잡겠다는 전략이다.
'같은 AI, 다른 길’…승부는 수익화에서 갈린다
국내 통신산업이 지난 42년간 이어진 차별성 없는 가입자 확보 마케팅 경쟁을 끝내고 AI시대 각자의 강점과 자원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 전략으로 재편되면서 통신 3사가 세계 최고의 IT인프라를 AI 인프라로 전환하고, 국경없는 AI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I데이터센터와 AI 플랫폼 구축 등 사업 경험이 없는 영역에서 막대한 투자 비용을 들여 수익을 올려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통신3사의 AI기업전환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AI 인프라는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에, 명확한 수익 모델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통신회사의 경쟁력을 가입자 숫자로 판단하던 시대가 끝나 통신회사들의 경쟁도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AI를 통해 얼마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통신회사의 경쟁력 잣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통신사업은 네트워크를 깔아놓고 기다리면 요금이 저절로 들어오는 사업이지만, AI산업은 스스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생존이 가능한 구조"라며 "수익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인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신·데이터 요금 중심의 수익 구조를 네트워크의 가치를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5세대(5G) 단독모드(SA) 기반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 실험에 돌입한 반면, 국내 통신회사들은 여전히 수익모델을 찾아내는데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AI 인프라와 플랫폼, 그리고 고객 경험을 둘러싼 AI경쟁과 네트워크 상품화 경쟁 시대에 수익성 확보 전략이 국내 통신 산업의 판도를 재편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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