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동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4월 중순 이후 아시아 지역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의 원료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30일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4월 중순 이후 아시아 에너지·화학 업체의 원료 확보 진통이 예상된다"며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9달러, 두바이유는 122달러까지 치솟았다. 정제마진은 주간 기준 39달러, 일간 기준 64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납사는 보합세를 보였지만 아세톤(17%), 부타디엔(12%), 프로필렌(9%)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사태 해결 전까지는 뚜렷한 투자 대안도 부재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전망은 지난 23~27일 열린 계 최대 에너지 포럼 ‘CERAWeek 2026’에서도 확인됐다. 행사에 참석한 전직 미 국방장관과 군 고위 인사, 중동 전문가 등 패널들은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해제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연구원은 "이란은 해협 인근에서 순항미사일, 기뢰, 고속정 등을 활용해 상선과 군함을 지속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탐지가 어려운 현대식 기뢰까지 감안하면 24시간 경계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완전한 통제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외교적 해법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이란은 전쟁 중단 보장과 제재 해제, 보상 요구 등 미국과 이스라엘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입장 변화도 변수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은 미국의 대응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고,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이 중재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이란·러시아·중국 간 전략적 연대 강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공급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유조선 운항과 정제시설 복구 등을 감안하면 최소 수개월에서 길게는 8~9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산업 영향도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이 보유한 원재료가 4월 중순이면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상 운송 기간을 고려하면 4월 중순 이후부터는 가동률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유업계는 비축유 활용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지만, 주가는 업황과 무관하게 리스크를 선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연구원은 "당분간 미국 원유, 정유, 가스 밸류체인만 유리한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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