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2023년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여성 최초로 단독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수백 건의 자문요청과 초청을 받았지만, 수락한 건 단 세 건 뿐이었다.
그중 하나가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선수노조의 단체협약이었다.
연봉 협상을 준비하는 동안 자문해 달라는 선수노조의 요청에 골딘 교수는 수락 이메일을 보내며 단 하나의 조건만 걸었다. 바로 '무보수'였다.
답장을 받은 선수노조 사무국장인 테리 카마이클 잭슨은 "그 이메일을 읽자마자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골딘 교수의 자문 결과는 놀라웠다. 평균 연봉 400% 인상이었다. WNBA 선수노조는 최근 이 같은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골딘 교수의 조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9일(현지시간) 남녀 임금 격차에 대한 연구로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골딘 교수가 WNBA 선수노조를 위한 협상전략을 조언한 내용을 보도했다.
WNBA의 요청을 받은 골딘 교수는 선수들에 대한 각종 복지 혜택과 함께 보험회사가 계약자의 기대수명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방법을 응용해 WNBA 선수들의 평균 선수 생활 기간을 분석했다. 그 결과 WNBA 선수들의 평균 현역 활동 기간은 2~3년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됐다.
만약 WNBA가 선수들에게 특정 복지 혜택을 부여한다고 해도 3년 이후 지급하는 조건이라면 많은 선수는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걸 의미했다.
이에 골딘 교수는 리그 수익이 선수들에게 더 많이 배분될 수 있는데 협상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노조는 이 같은 조언대로 협상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 지난해 WNBA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1만8000달러(약 1억 8000만원)였지만, 이번 시즌부터 58만 달러(8억8000만원)를 넘게 됐다. WNBA 선수노조가 체결한 단체 협약은 미국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폭의 임금인상 합의로 평가되고 있다.
WNBA 선수노조는 골딘 교수의 조언이 선수들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었다는 점을 소개했다.
잭슨 선수노조 사무국장은 "WNBA의 대응에 화가 나서 싸우고 있을 때마다 골딘 교수는 '이건 그냥 수학일 뿐이에요'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협상 결과에 골딘 교수는 "정말 놀랍다"고 말했고 미국 프로농구(NBA)와 WNBA를 모두 대변하는 마이크 배스 대변인도 "획기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골딘 교수는 여성과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도와 임금 수준 등에 차이가 있는 이유를 규명한 노동경제학자다.
WNBA 연봉협상 외에 골딘 교수가 수락한 나머지 두 건의 의뢰는 미국 공영라디오 NPR 출연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경기 시구였다.
뉴욕 양키스 팬으로 알려진 골딘 교수는 메이저리그 시구 경험에 대해 "환호하는 수천 명의 관중 앞을 지나가는 경험은 노벨상을 받는 것보다 특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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