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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석유 원해" 하르그섬 점령 시사…이란 "선 넘으면 무자비한 보복"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30 11:56

수정 2026.03.30 11:56

미군 5만명 증강, 하르그섬·호르무즈 7개 섬 타격 가능성
이란 호르무즈 전략 도서 요새화... "미군 도우면 주변국 정유시설 공격"
전문가들 "상륙 작전 시 미군 사상자 급증 우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마비 등 전면전 위기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과 호르무즈 해협 내 전략 도서들에 대한 무력 점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이란은 미군을 지원하는 주변국의 주요 인프라를 직접 타격하겠다고 경고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를 둘러싼 양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 역내 확전 및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있다.

하르그섬 정조준한 美, 자원 장악 포석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및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군 수뇌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의 전쟁 수행 능력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원유 수출 인프라에 대한 지상 작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작전의 최우선 목표물로는 이란 전체 원유 수출량의 약 90%를 처리하는 페르시아만 북부의 하르그섬과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쥐고 있는 7개 도서(아부무사, 대·소툰브, 호르무즈, 라라크, 케슘, 헨감)가 거론된다.

일종의 '아치형 방어선'을 형성하고 있는 7개의 섬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미 해군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구축한 방어선의 핵심 요충지로 활용해왔다. 현지에선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중동 지역 내 미군 병력은 기존 주둔군에 증파 부대가 더해져 5만명 이상으로 확대된 상태다. 미 해병대 원정 부대와 육군 제82공수사단 등 지상 작전 수행이 가능한 전력이 속속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란의 에너지 자원 통제를 작전의 주요 목적으로 명시했다. 그는 FT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르그섬을 점령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며 "나는 이란의 석유를 가져오는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란 측 방어 능력에 대해 트럼프는 "아무런 방어력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본다. 매우 쉽게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내 경제·안보 핵심 인사들의 발언도 궤를 같이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NBC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모든 선택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다"면서 원유 시설 타격 및 점령이 실제 검토 중인 옵션임을 시사했다. 미국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해당국의 석유 이권을 통제한 선례를 이란에도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사진=뉴스1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사진=뉴스1
'침몰 않는 항모' 요새화, 이란 "주변국 인프라 타격"

미국의 지상군 투입 시나리오가 가시화되자 이란은 타깃으로 지목된 도서 지역의 방어력을 급격히 강화하는 한편 주변국을 향한 무력 시위에 나섰다.

이스라엘 채널14 방송 및 중동 언론 등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최근 몇 주간 1600㎞에 이르는 하르그섬과 호르무즈 7개 섬 해안선 일대에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을 대거 배치했다. 상륙정이 접근할 수 있는 해변을 중심으로 대전차 및 대인지뢰 매설 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란 수뇌부는 미국의 군사 작전에 협조하는 인접국 역시 공격 대상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마즐리스(의회) 의장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적들이 역내 국가 중 한 곳의 지원을 받아 이란의 섬 중 하나를 점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적의 모든 움직임은 우리 군의 철저한 감시하에 있으며 만약 선을 넘는다면 해당 역내 국가의 모든 주요 인프라는 제한 없이 무자비한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공식 경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는 작전 기지를 제공하거나 영공 통과를 허용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협력회의(GCC) 소속 국가들의 정유 시설 및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 같은 전면전 양상에 대해 미국 내 군사 전문가들은 작전의 위험성을 우려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최고연합사군사령관(퇴역 해군 제독)은 "이란인들은 영리하고 무자비하다. 지상군이 주권 영토에 진입하는 순간 미군에 최대의 사상자를 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등 주요 싱크탱크 분석가들 역시 하르그섬을 비롯한 도서 지역 상륙 작전이 자폭 드론과 고속정을 활용한 이란의 스웜(벌떼) 전술과 기뢰전에 노출될 확률이 높으며 단기전으로 끝나기보다는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