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5월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이 연쇄적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미·남북' 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지난해 9월에 이어 '북중러 3각 밀착'에 더 방점을 찍는 외교를 전개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30일 추이가 주목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직후 중국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은 중동사태의 장기화로 5월 14~15일로 연기됐다. SCMP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후 약 2주 안에 푸틴 대통령의 방중이 이어지게 된다.
이런 일정이 현실화하면 한국의 대북 외교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올해를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본격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공존 프로세스'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북미 대화를 지렛대로 삼아 남북 대화까지 끌어낸다는 구상을 세운 바 있다. 그 때문에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주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며 북미 대화 의지를 수시로 언급해 왔다. 그는 지난 13일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김정은이 미국이나 나와 대화를 원하는지 궁금하다"며 의견을 묻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의 문턱을 높인 북한을 움직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 김 총비서는 지난 2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철저히 배척·무시하겠다"라고 밝히며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를 재확인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세계 도처에서 국가 테러와 침략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라며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 축출과 이란 공습 및 지도부 제거 작전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음을 시사했다. 김 총비서는 이미 지난해에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中, '새 국면'에 다리 놓을까 '북중러 밀착' 재현할까
이러한 상황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당장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나 중국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5월 중국의 '연쇄 정상외교'에서 중국 측의 메시지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의 변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 북한의 '연결 고리'가 되길 자처하면 북미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미국으로부터의 반대급부가 확실해야 가능한 시나리오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미중 간 관세 등 현안이 여전하고, 중국이 미국의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사태를 곱게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 관련 두 정상이 긴밀한 대화를 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듯하다.
다만 중국이 올해 1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관계 개선 기류를 보이고 있고, 2월부터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 동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국'의 입지 강화를 위해 북미 간 접촉에 일정한 기여를 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실제 중국을 찾는다면, 전반적으로는 지난해 9월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서 부각된 북중러 3각 밀착을 통한 대미 견제 메시지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총비서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까지 이뤄지면 이러한 메시지는 더 크게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의 '선택지'에 대해 "미중 정상회담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라며 "중국은 미국과의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중러 3각 밀착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중관계는 최근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중국이 북중러 밀착의 중심에 서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정부의 대북 외교 공간은 다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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