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지수 2.79% 급락 “고유가에 실적 악화 우려”
증권사들 전망 하향…5만선 붕괴 가능성
엔·달러 160엔 돌파…“164엔대 열려 있다”
증권사들 전망 하향…5만선 붕괴 가능성
엔·달러 160엔 돌파…“164엔대 열려 있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이란 영토 내 미국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동 정세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30일 일본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엔화, 초장기 국채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중동 정세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가 이어지며 기업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증권사들은 일본 증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 역시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160엔을 돌파한 가운데 주 중 164엔대까지 추가 상승(엔화 가치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日증시 전망치 줄하향..5만선 깨지나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487p(2.79%) 하락한 5만1885로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장중 한 때 5만566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동 분쟁 확대 우려에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지수를 끌어 내렸다.
2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이란에서 수주간의 지상 작전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의 원유 수출 거점인 카르그섬 점령을 검토 중이라는 언급이 나왔다. 같은 날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가 이스라엘 군 시설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황에서 후티가 홍해 선박까지 공격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운송 혼란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국제 유가는 다시 급등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8일 오후 한때 전 거래일보다 2.60달러(2.26%) 오른 배럴당 102.24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100달러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23일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원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올해 기업 실적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 수정 방향을 나타내는 '리비전 인덱스(RI)'는 지난 26일 기준 0까지 하락했다. 이는 상향 조정과 하향 조정이 같은 수준임을 의미한다.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모두 하락세지만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글로벌 기업의 하락 폭이 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해외 매출 비중 30%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RI는 지난 2월 중순 28.2에서 최근 6.1로 급락했다.
다이와증권의 스즈키 마사히로 애널리스트는 "원유 가격 상승으로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올해 기업 계획은 시장 예상보다 더 보수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원유 영향을 직접 받는 소재 업종에서 실적 하향 조정이 먼저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에 일본 증시 전망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T&D자산운용은 지난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 일본 주식 투자 의견을 '강세'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재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 중립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역시 일본 토픽스(TOPIX)의 3개월 전망을 3900에서 3800로, 12개월 전망은 4300에서 4200으로 각각 낮췄다.
시장에서는 닛케이지수가 5만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4만7000엔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엔·달러 160엔 돌파…주중 164.50엔 가능성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 중 한때 달러당 160.47엔까지 하락하며 1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달러 매수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유 가격이 다시 배럴당 100달러대로 올라서면서 일본의 무역적자 확대 우려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60엔을 돌파하자 당국의 환율 개입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미무라 아쓰시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유 선물시장 뿐 아니라 외환 시장에서도 투기적인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제는 단호한 조치도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단호한 조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난 2024년 7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는 외환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개입이 이뤄지는 수준을 달러당 162엔 선으로 예상했다.
주요 통화 대비 엔화만 특별히 약세를 보이고 있지 않은 데다 투기 세력의 엔화 매도 포지션이 크게 쌓여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주식시장도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개입할 경우 오히려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는 "단기적으로는 2024년 7월 기록한 달러당 161.96엔이 하단으로 인식된다"면서도 "다만 중동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주 중에 164.50엔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 우려에 초장기채 금리 상승..조기 금리인상할까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며 구간별로 상반된 흐름이 나타났다.
장기 채권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0.03% 하락한 2.355%를 기록했다. 장 중 한 때 2.39%로 27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주가 급락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채권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하락 마감했다. 미국 장기금리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초장기 채권 금리는 상승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79%로 약 2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시장에서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현재 0.7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행은 오는 6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한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다음달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이날 공개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일본은행 정책위원들 사이에서도 엔화 약세와 유가 상승으로 급격한 물가 상승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동 사태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이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단기 금리가 적절히 조정되지 않아 물가가 상방으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이 인식할 경우 장기 금리도 함께 상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이를 두고 "시장 예상보다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경우 장기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