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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S 등 자산기반 조달, 유동성 체력 떨군다" [fn마켓워치]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30 16:14

수정 2026.03.30 16:37

ChatGPT 제공.
ChatGPT 제공.
[파이낸셜뉴스] 세일즈앤리스백, 주가수익스왑(PRS) 등 기업의 자산기반 조달은 겉으로는 재무지표가 안정적으로 보이게 하지만 실제 유동성 체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김가영 나이스 신용평가 연구원은 30일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최근 기업들이 활용을 늘리고 있는 자산기반 조달이 ‘재무지표의 착시’와 ‘현금흐름의 구조적 경직성’을 키우고 있다"면서 "스트레스 국면에서는 무보증 채권자의 회수기반 약화는 물론 기업의 부도확률까지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기업 자금조달은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담보부 차입, 세일즈앤리스백, 리츠, PRS·총수익스와프(TRS), 매출채권 유동화 등 특정 자산이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구조화 조달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금리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 사모대출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문제는 이들 조달 방식이 개별 거래 단위에서는 안정성을 높이지만, 기업 전체로 보면 위험 구조를 바꾼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좋은 자산과 좋은 현금흐름이 먼저 빠져나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령 A기업이 공장이나 건물 같은 핵심 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해당 자산은 담보권자에게 먼저 귀속된다. 이후 회사가 발행한 무보증 회사채 투자자는 남은 자산만을 바탕으로 돈을 회수해야 한다. 겉으로는 차입금이 줄거나 금리가 낮아져 재무지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보증 채권자의 안전판이 줄어든 셈이다.

세일즈앤리스백 구조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건물을 팔고 다시 임차하면 현금은 확보되지만, 대신 매년 고정적인 임차료를 부담해야 한다.

경기가 나빠질 경우 고정적인 임차료는 줄일 수 없는 ‘고정비’로 작용한다. 김 연구원은 "이 과정에서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실제보다 높게 보이는 착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RS,TRS 등과 같은 파생상품 구조도 잠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파생상품 방식을 활용하면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보전해주는 계약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1조원을 조달했더라도 재무제표에는 일부 파생상품 부채만 반영되다가, 주가가 급락하면 1조원 전체가 상환 부담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구조다.

특정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떼어내는 유동화 구조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매출채권이나 발전소 수익 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해당 현금은 별도 계좌로 묶여 먼저 채권자에게 지급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평소 벌어들이는 돈이 있어도 정작 급할 때 쓸 수 있는 현금은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자산기반 조달은 본질적으로 채권자 간 손실 구조를 재배분하는 방식이다. 우량 자산과 안정적 현금흐름이 선순위 채권자에게 먼저 배분되면서, 무보증 채권자는 구조적으로 후순위에 놓이게 된다.

김 연구원은 특히 이러한 변화가 재무제표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표면적인 차입금 규모나 EBITDA만으로는 실제 상환능력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단순 수치보다 △리스 포함 실질 현금유출 △파생상품 포함 잠재 부채 △우량 자산 선점 비중 △조기상환 트리거 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산기반 조달 비중이 높아질수록 평상시에는 재무안정성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외부 환경 악화 시 유동성 리스크가 급격히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며 “무보증 채권자의 회수기반은 구조적으로 더 빠르게 잠식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 제공.
나이스신용평가 제공.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