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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몰랐던 소아 신경발달장애" 비암호화 유전자 변이로 풀렸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30 17:06

수정 2026.03.30 17:06

1만5000명 분석, 단서 찾아..0.72%서 동일 변이 확인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원인을 찾기 어려웠던 소아 신경발달장애의 핵심 단서를 밝혀냈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 교수(왼쪽)와 고려대 최정민 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채종희 교수(왼쪽)와 고려대 최정민 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과 고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만5450명의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원인 미상의 신경발달장애 환자 중 0.72%에서 특정 비암호화 유전자 변이를 확인했다고 30일 발표했다.

특히 해당 변이의 약 85%는 동일한 유형(n.64_65insT)으로 반복적으로 나타나, 특정 질환과의 강한 연관성을 시사했다.

해당 변이를 가진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중증 인지 및 운동 발달 지연을 겪었으며, 상당수가 보행이나 언어 발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보였다.

이와 함께 소두증, 뇌전증, 성장 부진, 안면 기형, 백질 위축 등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임상 양상이 단일 유전자 변이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에 ‘미규명’으로 남아 있던 환자군의 진단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 성과는 단순한 변이 발견을 넘어, 질환이 발생하는 ‘분자적 원리’까지 규명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RNU4-2’라는 비암호화 RNA 유전자 변이가 유전자 정보 처리 과정인 ‘스플라이싱’에 오류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변이는 RNA 구조를 비정상적으로 변화시켜 핵심 유전자 서열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뇌 발달에 필수적인 단백질 생성과 기능을 무너뜨린다.

그 결과 광범위한 유전자 오작동과 함께 면역, 염색체, DNA 대사 과정까지 영향을 받아 신경발달장애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희귀질환 진단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는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가 미규명 질환의 원인을 밝히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 전장 유전체 데이터가 축적되면 정확한 진단과 유전 상담은 물론, 치료 표적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