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질서 훼손 중대 범죄
대법, 양형기준 대폭 상향 '엄벌'
시세조종·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에 최대 무기징역까지 권고가 가능하도록 양형(처벌 수위)기준이 상향 조정됐다. 자금세탁범죄도 범죄수익 은닉과 재산국외도피 전반을 포괄해 최고형 수준까지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형량이 올라갔다. 다만 법조계 견해는 엇갈려 향후 논란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 양형기준 대폭 상향 '엄벌'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이동원 위원장)는 이날 오후 4시께 제144차 전체회의를 열고 자금세탁범죄, 증권·금융범죄, 사행성·게임물범죄 양형기준안을 최종 의결했다.
양형기준은 범죄 유형별로 대법원이 정하는 권고 형량 범위다.
개정안의 핵심은 '형량 상향'이다. 시세조종 등 증권범죄의 경우 '자본시장 공정성 침해 범죄'에 대해 가중영역의 특별조정이 적용되면 권고형량 상한을 기존보다 크게 높여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특별가중인자(형을 무겁게 하는 요소)가 감경인자(가볍게 하는 요소)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 형량 상한을 최대 2분의 1까지 추가로 높이는 구조다. 또한 외부감사법상 '자본시장 투명성 침해 범죄'에 허위 재무제표 작성, 공시·감사보고서 허위기재, 회계정보 위·변조 등을 별도 유형으로 분류하고 법정형도 징역 10년 이하로 상향했다.
자금세탁범죄에 대해서도 엄벌 기조가 강화됐다. 기존에는 부패·경제·마약류 등 범죄의 부수적 범행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 기준안은 자금세탁을 범죄 수행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독자적인 양형체계를 마련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마약거래방지법, 외국환거래법, 특정경제범죄법상 재산국외도피 등이 포함되고, 특히 50억원 이상 국외도피의 경우 징역형이 기본 6~10년, 가중 시 최대 13년까지 권고된다. 여기에 특별가중이 적용되면 사실상 법정 최고형에 근접하는 처벌도 가능하다.
법조계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달 27일 공청회에서 김혁진 경찰청 범죄수익추적수사계장은 "자금세탁을 근절해야 하는 이유는 자금세탁 행위 그 자체의 해악뿐만 아니라 전제범죄(자금세탁의 원인이 되는 범죄)의 재범방지에 있다"며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종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양형기준의 설정은 양형 합리화 뿐(합리화뿐) 아니라 설정된 양형기준의 준수율도 고려해야 한다"며 지나친 엄벌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증권범죄에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도록 한 점을 두고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강련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증권·금융범죄의 형량이 지속적으로 상향될 경우, 횡령·배임·조세범죄 등 유사한 경제범죄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형벌 체계 전반의 균형이 무너지면 오히려 양형기준의 설득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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