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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담대' 최고 7% 돌파, 가계빚 경고등 켜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30 19:20

수정 2026.03.30 19:20

전쟁 한달 만에 0.3%p 이상 상승
금리 재산정되는 영끌족 부담 커져
중동 사태 장기화의 여파로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상단 기준)를 넘어섰다. /사진=뉴스1
중동 사태 장기화의 여파로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상단 기준)를 넘어섰다. /사진=뉴스1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를 넘어서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27일 기준 연 4.41~7.01%로 집계됐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벌어진 지 불과 한달 만에 고정금리 상단과 하단이 각각 0.3%p 이상 상승한 것이다. 고정금리 주담대 상단이 7%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10월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주담대 금리가 급등한 것은 중동 사태 장기화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와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단기간에 상승했고, 그 영향으로 주담대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크게 뛰었다.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도 함께 올라 대출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주담대 금리 상승은 과거 저금리 시기에 은행 돈을 대거 빌려 집을 산 '영끌족'의 부담을 직접적으로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에는 5년마다 금리를 다시 정하는 주기형 주담대로 대출을 받은 차주가 많았다. 당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지만 올해 금리가 다시 산정되면서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주담대 금리 상승은 특정 차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반과 관련돼 있다. 올해 금리 재산정 대상이 되는 주담대 규모만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은행 대출 연체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 가계부채 부실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가 번 돈을 이자 상환에 주로 사용할 경우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수경기가 식게 된다. 연체 증가로 은행 건전성이 흔들리면 금융권 전반의 대출 여력이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상승 압력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한국은행 역시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실제 씨티그룹은 신임 한은 총재가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신호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재의 주담대 금리 상승은 일시적 충격이라기보다 대외 불확실성이 누적된 구조적 압력의 결과로 봐야 한다. 전쟁과 인플레이션 우려, 시장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금융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 국면이 길어질 경우 부동산과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국내 고위험가구는 45만9000가구에 이르고, 이 중 20~30대 청년층 비중이 34.9%에 달한다.
금융 리스크가 커진 만큼 가계부채 관리에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신호를 정교하게 조율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정부는 취약차주의 연착륙과 가계부채의 질적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고금리 충격을 제때 적절히 완화하지 못하면 가계부채는 언제든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