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징수안 승인
구체적인 금액은 미확인, 이란 통화 '리알'로 결제 전망
이달 최소 2척이 이미 통행료 지불...1척당 30억원 수준
이란, 통행료 걷으면 연간 150조원 추가 수입 생겨
국제법 위반 논란, 美 국무 "결코 수용 불가"
전쟁 일정 급한 美 트럼프는 해협에서 손 뗄 수있다고 알려져
군사 목표만 이루면 중동 및 유럽에 책임 넘길 수도
[파이낸셜뉴스]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약 1개월 동안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이란이 본격적으로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받을 계획이다. 정작 이번 사태를 초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협 정상화에 상관없이 이란전쟁에서 손을 뗄 수 있다고 알려졌다.
1척당 30억원 추정, 현지 통화로 결제
30일(현지시간) 이란 관영 프레스TV에 따르면 이란 의회의 국가안보위원회는 이날 세계 해양 석유 운송량의 약 25%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새로운 관리 계획안을 승인했다. 계획안에는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받는 내용이 들어갔다. 동시에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해협 통과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이란에 대해 일방적인 경제 제재를 집행하는 국가의 해협 접근을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됐다.정확한 통행료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란 매체들은 이란 정부가 현지 통화인 '리알'로 요금을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난달 28일 이후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했으나, 24일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들에 서한을 보내 비(非)적대적 선박은 이란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페르시아만에는 지난주 기준으로 약 3200척의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못해 갇혀 있었다. 영국 해양 데이터·정보 기업인 로이드리스트인텔리전스 및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선박은 해협 통과를 보장받기 위해 이란에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를 지불했다고 알려졌다. AP통신은 26일 보도에서 봉쇄 이후 이날까지 최소 2척의 선박이 통행료를 냈으며 중국 위안으로 지불했다고 전했다.
전쟁 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일평균 120척 수준이었다. 이란 매체 타스님뉴스는 27일 보도에서 이란이 향후 해협에서 1척당 200만달러의 '특별 안보 서비스' 비용을 징수할 경우 최소 연간 1000억달러(약 150조원)의 수입이 생긴다고 예측했다.
트럼프, 호르무즈에서 손 떼나?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26조와 제44조에 따라 모든 선박에 통행권이 보장된다. 개별 국가는 자국 영해 안에서도 통과 자체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다. 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외국 선박을 위해 제공된 특정 서비스의 대가로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은 해당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30일 카타르 알자지라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의 통행료 계획에 대해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선례를 남기게 되어 미국도 당장 그렇게 할 수 있고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그런 조건을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불법적 조건이며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접촉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참모들에게 호르무즈해협이 막힌 상황에서도 전쟁을 끝낼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트럼프와 참모들은 최근 자체 분석을 통해 만약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에 뛰어들 경우 앞서 공개적으로 밝힌 전쟁 기한(4~6주)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트럼프는 이란 해군과 미사일 전력 약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군사 작전을 축소하고, 이란에 해협 문제를 외교적으로 압박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만약 이란을 향한 외교 압박에 실패할 경우, 중동 및 유럽 동맹에게 해협 개방 노력을 주도하라고 압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루비오는 30일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거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을 겨냥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미국과 나토 관계를 재평가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잰 멀로니 부소장은 WSJ를 통해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열지 않고 전쟁을 끝내는 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에너지 시장은 선천적으로 글로벌하다"면서 "이미 진행되고 있고, 해협 폐쇄가 계속되면 훨씬 더 심각해질 경제적 피해로부터 미국을 격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원유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7.9%에 불과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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