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중동산 비축유를 정유사에 먼저 빌려주고, 이후 대체 원유로 되돌려받는 '정부 비축유 스왑(SWAP)' 제도를 도입한다. 정유사의 대체 원유 확보를 촉진하고 도입 지연에 따른 시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기존처럼 비축유를 단순 방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긴급 대여형' 운용을 통해 수급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3월 31일 산업통상부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중동상황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비축유를 신축적으로 운영해 정유사들이 대체 물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차를 메워줄 것"이라며 "들어올 물량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먼저 공급하고, 이후 상환받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도는 중동산 원유 도입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아프리카·미주·중앙아시아 등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실제 국내 도착까지 수주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설계됐다.
정부는 정유사가 대체 원유를 확보해 선적한 사실을 확인하면 비축유를 우선 제공하고, 해당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는 시점에 맞춰 원유로 상환받는다.
특히 이번 스왑제도는 단순한 물량 보충을 넘어 정유사의 원유 운용 제약을 해소하는 데도 초점이 맞춰졌다. 정유시설은 특정 원유 성상에 맞춰 최적화돼 있어, 대체 원유를 확보하더라도 기존 중동산 원유와 혼합 비율이 맞지 않으면 즉시 투입이 어려운 구조다. 정부가 보유한 중동산 비축유와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이러한 '블렌딩 제약'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양 실장은 "정유사들이 세계 각지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설비 특성상 바로 투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정부가 중동산 비축유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의 1차 운영 기간을 4~5월로 설정하고,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사전 수요조사 결과 국내 정유사 4곳이 모두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총 2000만 배럴 수준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신청은 이날부터 공식 접수를 받아 진행된다.
양 실장은 "현재까지 파악된 수요를 기준으로 보면 5월까지는 원유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비축유 스왑과 대체 물량 확보를 병행하면 단기적인 수급 불안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이번 제도의 목적이 비축유를 절약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대체 원유 확보를 유도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비축유를 먼저 공급하되, 반드시 대체 물량 확보를 전제로 하는 구조를 통해 공급선 다변화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양 실장은 "비축유를 아끼기 위한 제도라기보다 민간 정유사가 적극적으로 대체 물량을 찾도록 유도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기업들이 확보한 물량을 정부가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공급망 대응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아프리카(알제리·가봉·콩고),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미주(미국·브라질·콜롬비아), 아시아·오세아니아(호주·파푸아뉴기니) 등 다양한 지역에서 대체 원유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나프타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 전반의 수급 관리 필요성을 열어두고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나프타를 중심으로 시행 중인 수출제한 조치를 기반으로, 석유화학 제품 전반에 대한 수급 상황을 점검하면서 필요 시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생활필수품과 보건·의료 등 필수 산업에 사용되는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매점매석 금지 등 시장 안정 조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은 여러 산업과 연결된 만큼 수출 통제 여부는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며 "국내 수급 안정과 글로벌 공급망 영향을 함께 보면서 가장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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