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중동발 유가 급등 여파로 전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티웨이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세 번째로, 항공업계 전반으로 위기 대응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유류비 급등이 수익성을 직격하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은 이날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4월부터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공지했다. 업계에서는 앞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보다 여유가 있다고 봤지만, 종전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 부회장은 "회사 차원에서는 연료비 급증에 따른 원가 상승에 대비해 4월부터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유가 수준별 단계적 대응 조치를 즉시 시행해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며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당사가 목표로 한 연간 사업계획 목표 달성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연초 사업계획상 유가를 갤런당 220센트로 설정했다. 하지만 중동 전쟁발 유가 폭등으로 4월 급유 단가가 갤런당 450센트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매월 막대한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 부회장은 "이번 조치들은 단순한 일회성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구조적 체질을 강화해 성공적인 통합을 완수하고 안정적인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질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저력으로 이번 위기 또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중동 전쟁 이후 항공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이 지난 16일 가장 먼저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이어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25일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항공업계에서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다른 항공사들도 연쇄적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해석한다. 유류비는 항공기 운영의 약 30%를 차지했지만, 최근 유가 폭등으로 비중이 50% 안팎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부산과 진에어, 에어프레미아 등 LCC들은 운항 편수를 줄이며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도 최근 정부 비축 항공유 활용 등 항공사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유류비 급등에 따른 항공권 가격 상승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해왔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한편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보전하기 위해 항공권에 추가로 부과하는 요금으로, 매달 변동된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MOPS)을 기준으로 단계별로 책정되며, 일정 수준 이상일 때만 부과된다.
4월 유류할증료는 기준 기간 평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전달보다 12단계 상승한 18단계로, 제도 도입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항공사별 비용 구조가 반영되면서 실제 부담은 더 커진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도쿄 노선 기준 유류할증료는 한 달 만에 2만1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약 171% 급등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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