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가의 차량을 소유할수록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자신의 지위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기는 이른바 '차부심(자동차 자부심)'이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끼어들기나 '빌런 주차' 같은 비매너 운전 행태에 대한 관용으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서울연구원 스마트교통연구실 이창 연구위원과 김영범 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민이 자동차에 부여하는 상징과 애착에 따른 사회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 가격이 높을수록 자동차에 대한 심리적 애착이 비례해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서울 시민 2000명을 차량 가격에 따라 상위(3945만 원 초과), 중위(2194만 원~3945만 원), 하위(2194만 원 이하) 세 그룹으로 분류해 조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는 비싼 차를 타는 집단에서 “내 차가 나를 표현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특히 "고급차를 타는 사람이 더 존중받는다"는 문항에는 수입차 소유자의 51.9%가 긍정적으로 답해, 국산차 소유자(44.3%)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는 고가 차량 소유자일수록 자동차를 자신의 '사회적 페르소나'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함을 시사한다.
차부심은 운전 태도의 악화로도 이어졌다.
연구진이 특정 상황을 제시하고 타인의 비매너 행동을 얼마나 용인하는지 측정해 실제 행동 가능성을 추정한 결과, 자동차에 대한 애착과 상징성을 크게 부여하는 운전자일수록 과속, 무신호 차선 변경, 교차로 꼬리물기 등 비매너 운전에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이른바 '빌런 주차'로 불리는 무분별한 주차 행위에 대한 용인 영향력 계수는 0.64로 항목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차부심이 강할수록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주차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자동차를 자신의 일부로 여기는 심리적 요인이 운전 행태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정책적 접근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자동차에 상징을 부여하고 애착을 갖는 운전자는 다양한 상황에서 자동차를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할 확률이 높고, 바람직하지 않은 운전행태를 용인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자동차에 애착을 갖기 때문에 자동차 사용량이 늘어나게 된다면, 그만큼 혼잡비용과 환경오염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동차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한다고 믿고 과도한 애착을 갖는 사람이 바람직하지 않은 운전행태를 범한다면, 도로 안전이 저해되고 사고 위험이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