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이젠 찍고 싶다"vs"철새 같다"…김부겸 등판에 갈라진 대구 민심

뉴스1

입력 2026.03.31 15:12

수정 2026.03.31 15:49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 30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6·3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6.3.30 ⓒ 뉴스1 공정식 기자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 30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6·3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6.3.30 ⓒ 뉴스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대구에서 김부겸 모르면 간첩 아닙니까. 평생을 보수 정당에 표를 줬지만, 국민의힘이 '똥볼'을 차는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결심을 했습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계기로 대구 민심에 미묘한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그동안 보기 드물었던 진보 인사 지지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보수층의 벽도 여전히 높다. 기대와 견제가 뒤섞인 채 선거판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26년째 장사를 해 온 상인 정 모 씨(68)는 2017년 4월 당시 대구지역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김부겸의 '호통 연설'을 또렷이 기억했다.



정 씨는 "그때 김부겸이 우리(대구 시민)를 보고 '정신 차리소'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언제까지 얼굴도 안 보고 찍어주는 정치를 할 것이냐'고 호통쳤다. 9년이 흐른 지금 그 호통이 다시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김부겸이 자신의 대구시장 선거를 위해 대구에 다시 왔다고 하니 이제는 그에게 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김부겸 바람'이 심상치 않다.

31일 대구 정치권에 따르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전날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에서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국민의힘이 공천 갈등으로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거듭된 요청 끝에 김 전 총리가 출마를 공식화하자 대구시장 선거 구도도 흔들리고 있다.

대구의 한 관공서에 근무하는 직장인 이 모 씨(41)는 "전직 대구시장의 무책임한 행보에 실망을 느껴 이번 선거에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주고 싶다"며 "지금에서는 김부겸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전날 김 전 총리의 출마 기자회견을 지켜본 서 모 씨(32·여)는 "확실히 거물 정치인이라는 느낌이 확 왔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면 김부겸과의 정책 공약을 보고 판단한 뒤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 측도 출마 선언 이후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캠프 한 관계자는 "어제(30일) 대구 시민이 보내준 환대에 총리께서 상당한 고마움을 느끼고 계시다"며 "민주당에서도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자신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대구시장 여론조사 추이와 맞불려 민주당이 꺼낸 '김부겸 카드'에 환대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김 전 총리의 등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구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이 모 씨(55)는 "주호영한테 수성갑에서 지고, 정치와 대구를 사실상 떠난 인물이 국민의힘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갑자기 등장해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보수 표 결집이 이뤄지면 김부겸 바람도 미풍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전 총리와 경쟁해야 할 국민의힘 측도 견제구를 날렸다.

국민의힘 1차 컷오프 후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는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민주당의 대구시장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 대구를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동진정책을 위한 호출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지낸 홍석준 대구시장 예비후보도 취재진과 만나 "김 전 총리가 대구를 위해 지금까지 뭘 했느냐. 자기가 권력이 있고 권한이 있을 때 잘해야 하는데 그가 총리 시절, 행정안전부 장관 시절 대구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며 "계절 따라 움직이는 철새와 똑같은 정치 철새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김 전 총리 측은 선거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출마 선언을 끝내고 대구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작고한 부친의 시지동 집으로 전입신고를 한 김 전 총리는 오는 4월 3일 예정된 공천 심사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선거 캠프 인사들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캠프 총괄은 빈민 운동가 출신인 고(故) 제정구 전 의원 보좌관을 지냈으며, 김 전 총리의 정치적 동지인 이진수 전 보좌관이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남칠우 전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캠프 조직본부장을 맡았으며, 김 전 총리를 오랜 시간 보좌한 손준혁 전 국무총리실 의전비서관과 조국혁신당을 탈당한 김동식 전 대구시의원 등도 속속 캠프에 합류했다.


여기에 더해 김 전 총리와 인연이 깊은 조국혁신당 일부 인사도 캠프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 한 관계자는 "대구 등 영남에서는 (민주당과) 선거 연대를, 호남에서는 건강한 경쟁을 펼치자는 분위기"라며 "선거가 본격화되면 김부겸 캠프에 합류하는 인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 등 시민사회 진영 인사도 김 전 총리의 선거를 도울 것으로 전해졌으며, 보수 진영에 적을 둔 보수 일부 인사들도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