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석화 구조조정 표류…감산 갈등에 나프타 변수까지 덮쳤다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31 16:05

수정 2026.03.31 16:05

울산·여수 협상 막판 진통…감산·지배구조 이견
중동발 나프타 수급 비상…구조조정보다 우선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자리잡은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현장. 에쓰오일 제공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자리잡은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현장. 에쓰오일 제공

[파이낸셜뉴스]정부가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재편이 당초 목표했던 1·4분기 내 마무리 시점을 넘기게 됐다. 감산 규모와 지배구조를 둘러싼 기업 간 이견에 중동발 리스크까지 겹치며 재편 작업이 사실상 표류하는 양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과 여수 2호 석유화학 산업단지 내 대상 기업들은 아직 최종 사업 재편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주요 석유화학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1·4분기 내 재편 계획을 제출하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제출 시한이 임박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시한 내 최종안 마련은 어려워졌다.



울산 산단에서는 에틸렌 생산 감축을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이 재편 논의를 지연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에쓰오일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기준 각각 66만t, 90만t, 18만t 수준이다. 여기에 에쓰오일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투자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가 올해 말 가동되면 연 18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추가된다.

문제는 이 신규 설비를 감축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기업 간 입장이 팽팽히 엇갈린다는 점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가 정부의 구조조정 논의 이전부터 추진된 투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신규 설비를 일괄적인 감산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생산 효율이 높은 최신 설비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존 노후 설비를 우선 정리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다른 업체들은 기존 설비만 줄이는 방식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에틸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신규 설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여수 2호 산단도 상황은 비슷하다. LG화학은 GS칼텍스에 합작사 설립 방안을 제안했지만, 지분 구조와 사업 재편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아직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GS칼텍스 대주주인 셰브런의 동의 여부 역시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여수에서는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등이 참여한 1호 재편안은 이미 제출됐지만, LG화학과 GS칼텍스가 논의 중인 2호안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외 변수도 구조조정 논의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원유와 나프타 등 주요 원료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고객사에 수급 차질에 따른 불가항력 통보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당장 위기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중동발 공급 리스크가 커지면서 구조조정 논의보다 단기 수급 안정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동안 석유화학 업계의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과 사업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재편을 추진해왔다. 다만 감산 부담과 손실 분담, 신규 투자 설비 처리 문제 등을 둘러싸고 기업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조속한 사업 재편을 요구했지만, 최근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구조조정보다는 물량 확보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며 “큰 변수가 없다면 구체적인 구조조정은 사실상 연내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