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환자 중심 의료로 패러다임 전환" '환자기본법' 국회 통과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31 17:31

수정 2026.03.31 17:30

환자 권리·의무 첫 체계화, 5년 단위 환자정책 수립
[파이낸셜뉴스] 국회가 환자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규정한 '환자기본법'을 통과시키며 국내 보건의료 정책이 ‘환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고 '환자기본법안(대안)'을 의결했다. 이번 법안은 기존 '환자안전법'을 통합·확대해 환자의 권리와 의무, 정책 체계를 종합적으로 담은 첫 기본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법안을 대표 발의한 남인순 의원은 “환자기본법 제정은 보건의료 정책의 패러다임을 공급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자가 더 이상 의료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의료체계는 병원과 의료진 중심으로 설계돼 환자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규율하는 법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감염병 대유행이나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문제의식이 입법 추진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 법은 환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주요 내용에는 △필요한 시기에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치료를 선택할 권리 △의료정보에 접근하고 보호받을 권리 △안전하게 치료받을 권리 △피해 발생 시 공정한 구제를 받을 권리 등 총 12가지 권리가 포함됐다.

반면 환자의 책임도 함께 규정했다. 환자는 자신의 건강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의료인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하며, 폭언·폭행 등으로 진료를 방해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정책 추진 체계도 대폭 강화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환자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환자 권리 증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정책 효과를 분석·평가하는 체계도 구축된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산하에 환자정책위원회를 설치해 주요 정책을 심의하도록 했으며, 환자단체를 보호·육성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환자와 환자단체의 의견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법안에는 상징적인 조치도 포함됐다. 매년 5월 29일을 ‘환자의 날’로 지정해 환자 권리와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관련 교육과 홍보를 추진하도록 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법 제정을 두고 ‘환자 중심 의료’로 가기 위한 제도적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환자의 권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구현될지는 향후 하위 제도 설계와 정책 집행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환자기본법'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의료서비스의 방향을 바꾸는 기준점이 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환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첫걸음이 시작된 만큼, 이를 현실에서 작동시키는 정책적 후속 조치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