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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보다 생존"… 정유사들 美원유 확보 전쟁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31 18:18

수정 2026.03.31 18:18

중동발 공급 차질로 수급 불안
GS·HD현대 '비상 운용' 돌입
기존보다 설비 활용 저하 불구
"손실보다 낫다" 판단 작용한듯
"효율보다 생존"… 정유사들 美원유 확보 전쟁

호르무즈 해협 차질로 중동산 원유 공급이 흔들리자 국내 정유사들이 설비 효율 저하를 감수하고 미국산 원유 확보에 나서는 '비상 운용'에 돌입했다. 중동산에 최적화된 설비 구조에도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비용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하는 '생존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최근 미국산 원유 구매 확대를 검토하거나 실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중동발 공급 차질로 기존 조달 구조가 흔들리면서 대체 원유 확보 경쟁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아시아 전반에서도 감지된다.

에너지 정보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4월 인도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아시아 도착 기준(CFR) 가격은 두바이유 대비 배럴당 16.7달러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실제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GS칼텍스는 6월 도착 조건으로 미국산 원유 400만 배럴을 확보했으며, HD현대오일뱅크 역시 두바이유 대비 약 16달러의 프리미엄을 얹고 미국산 원유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설비 구조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중질·고유황 원유 처리에 최적화된 고도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반면 미국산 원유는 경질·저유황 특성이 강해 동일 설비에 투입할 경우 나프타 등 주요 제품 수율이 낮아지고, 고도화 설비 활용도도 떨어지는 등 정제 효율 저하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미국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원유 부족으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할 경우 손실 규모가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정유 공정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해야 수익성이 확보되는 구조다. 결국 정유사들이 '효율'보다 '생존'을 택한 셈이다.

중국까지 미국산 원유 수입 재개 움직임을 보이면서 아시아 내 물량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동산 원유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아시아 전체가 미국산 원유를 두고 경쟁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중동산 원유를 주로 도입해온 것은 경질유보다 가격이 낮고 운송 거리도 짧아 비용 부담이 적은 데다 물량 확보가 용이했기 때문"이라며 "현재는 원유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미국산 경질유를 중동산과 혼합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정제 설비는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지만 미국산 등 비중동산 원유도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며 "경제성과 공장 적합성을 고려해 무리가 없는 범위 안에서 도입선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