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례적인 디커플링을 보였다.
국제 유가 기준 유종인 브렌트유는 5% 폭등하며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다. 반면 미국 유가 기준 유종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2% 넘게 급락해 100달러 붕괴 직전까지 갔다.
브렌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가격이 치솟았지만 WTI는 재고 부담 속에 급락했다.
CNBC에 따르면 브렌트 5월 인도분은 전장 대비 5.63달러(4.99%) 급등한 배럴당 118.35달러로 마감했다.
유가 급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뒷받침하듯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않은 채 이란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한 군사작전에 동참하지 않은 동맹들을 향해 미국에서 석유를 사가거나 아니면 직접 해협을 뚫으라고 압박했다.
반면 WTI 5월 인도분은 1.50달러(1.46%) 하락한 배럴당 101.38달러로 마감했다.
해상유인 브렌트와 달리 내륙에서 생산되는 육상유라는 점이 가격을 떨어뜨렸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하지만 WTI는 미국내 물류 병목현상으로 인해 공급 초과 상태가 됐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부문 책임자를 지낸 제프 커리는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이날 석유 시장이 ‘물류의 역설’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브렌트는 공급 절벽 여파로 급등했지만 WTI는 미국 내륙의 재고 압박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커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지 않는 한 WTI와 브렌트 간 가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애스펙츠 창업자인 암리타 센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 정유사들이 불확실한 경기 전망과 전쟁 리스크로 원유 매입을 주저하면서 WTI가 ‘고립된 섬’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미 내부의 공급 과잉이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TI는 수출항 혼란과 해상 운송의 위험성 때문에 미 본토에 갇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길이 막히고, 국내 정유사들은 매입을 주저하면서 갈 곳을 잃은 원유가 오클라호마 주 쿠싱의 석유 저장고로 몰리면서 재고가 급격히 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유가가 급락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채로 이란 전쟁에서 발을 빼기가 수월해졌다. 주유소 기름값 상승에 따른 11월 중간선거 역풍 우려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브렌트와 WTI는 3월 한 달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브렌트는 63% 폭등해 1988년 이후 최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WTI도 같은 기간 약 51% 폭등해 2020년 5월 이후 최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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