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올해 수도권 및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조사원 5000명을 투입해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농사짓는 사람만 농지 소유)의 핵심인 ‘실제 경작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가 적발되면 즉각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농지법 개정도 추진한다. 내년에는 조사를 전국으로 확대해 농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장 반발은 우려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당정협의회에서 이 같은 농지 전수조사 방안을 논의했다. 농지대장 기준 전체 농지는 약 195만4000㏊(1447만 필지)다. 정부는 1단계로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115만㏊를 올해 조사하고, 2단계로 내년에는 1996년 이전 취득 농지 80만㏊를 조사할 계획이다. 1996년 농지법 시행 당시 보유 농지는 처분 의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점을 고려해 조사 단계를 나눴다.
1단계 조사는 5~7월 행정정보와 위성사진 등을 활용한 기본조사로 시작해 심층조사 대상을 선별한다. 이후 8~12월에는 10대 투기위험군을 중심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조사원은 실제 농업경영 여부와 무단 휴경, 불법 전용 등을 점검한다. 조사 항목은 △소유관계 △실경작 여부 △시설 설치·전용 여부 △휴경 여부 등이다. 실경작 여부는 읍·면 농지위원회와 농업인 단체 등이 함께 확인한다.
투기위험군은 총 72만㏊ 규모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수도권 전 지역(22만㏊·173만 필지), 경매 취득자, 농업법인·외국인 소유 농지, 최근 10년 내 농취증 발급 농지(상속 제외), 관외 거주자, 공유 취득자, 기존 조사 적발 농지, 불법 의심 농지 등이 포함된다.
조사 중심은 경기도다. 지난해 농지 실거래가는 3.3㎡당 경기도가 60만7000원으로 전남(8만2000원)의 7.4배에 달했다. 반면 전국 평균은 17만7000원으로 2021년 이후 하락세다.
정부는 ‘정부 합동 농지 조사 및 제도 개선 추진단’을 구성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을 통해 5000명 규모의 조사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적발된 농지는 유형별로 행정처분 또는 계도를 실시한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위반 행위는 유예 없이 처분명령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조사 결과는 올해 12월까지 농지대장에 반영할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반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령 농가와 도시민이 보유한 상속농지의 경우 방치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윤원습 농업정책관은 “휴경은 국외여행, 임신, 자연재해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다”며 “직접 경작이 어려운 경우에는 합법적인 임대차를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속농지는 1㏊까지는 자경하지 않아도 소유가 가능하다”며 “이를 초과하는 경우 일부는 임대하거나 위탁하고, 나머지는 농어촌공사에 위탁해야 소유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또 “위장 자경 등 편법 사례는 사전 계도 기간을 두고 정식 임대차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조사가 규제 강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정책관은 “규제 강화보다는 농지 이용 질서를 바로잡는 데 목적이 있다”며 “정확한 정보가 확보돼야 제대로 된 농지 정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조사 목적이 다소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투기 적발보다 농업 정책을 위한 데이터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