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떠난 호르무즈, '해상 통행세' 지불해야 하는 시대 오나
글로벌 경제 젖줄 호르무즈의 3가지 운명
흔들리는 나토 동맹, 호르무즈 해협 '각자도생' 서막
[파이낸셜뉴스]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 대한 종전을 시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구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란 작전에 비협조적이었던 유럽 동맹국들을 비판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안전 책임을 각국이 스스로 지거나 미국산 원유를 구매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치안 유지를 미군에 의존해 온 유럽 및 아시아 수입국들은 독자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의 해상 안보 역할 축소 이후, 글로벌 에너지 수입국들이 당장 직면한 선택의 기로는 크게 3가지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개별 국가나 글로벌 해운사들이 선박의 안전을 담보받기 위해 암묵적인 경제적 보상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외교적 타협을 거부한다면 군사적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지원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영국, 프랑스는 물론 일본, 한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들은 자국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독자적인 다국적 함대를 꾸려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입국들은 해협 내 무력 충돌의 당사자로 끌려들어 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위험천만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가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순응해 셰일가스와 원유 수입망을 미국으로 돌리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인 수급 불안은 해소할 수 있겠지만 물류비 상승이 초래할 인플레이션 압력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체가 미국의 공급 통제력에 완전히 종속되는 구조적 재편을 감내해야 한다.
트럼프는 이란 지도부 타격 작전에 선을 그었던 유럽 동맹국들을 겨냥해 더 이상 미국이 글로벌 원유 수송로의 무상 경비원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사실상 섬멸됐고 힘든 부분은 끝났다"며 종전을 예고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미국에서 양질의 석유를 구매하든가, 늦게라도 용기를 내 해협으로 직접 가서 빼앗아 오라"고 전했다. 미 함대가 주도해 온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 보장 작전을 축소하거나 개별 국가의 부담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이란 타격에 거리를 둔 영국을 지목하며 "한때 크고 무서웠다던 영국 해군이 직접 나서서 해협을 열어야 할 것"이라며 종전 이후 해협의 안전은 해당 항로를 이용하는 수입국들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밖에 미국과 이란이 극적 협상을 통해 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시나리오도 있다. 그러나 이란이 종전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 행사를 적시한 만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랍에미리트(UAE)가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해 해협 내 기뢰 제거 작업 지원 등 군사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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